29일 북한군의 공격에 침몰한 우리측 고속정과 동일한 기종인 ‘참수리 ’급 제358고속정의 조타실 내부.<br><a href=mailto:hschung@chosun.com>/정한식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서해도발과 남북한 간의 교전이
남한 정부의 햇볕정책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이로 인해 향후 미·북관계
전망도 밝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29일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북한이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원인을 집중 분석할 것이라며,
한·미의 대북정책 정립의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미국 국방부가 1일 한국담당 부서별 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 래리 닉쉬(Niksch)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

북한은 구태의연한 '부정적 전술(negative tatic)'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 주기적으로 남한 정부를 면박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남북회담을 갑자기 취소한다든가, 약속을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지키지
않는 것 등이 그 예다. 이같은 전술의 목적은 북한 내 강경파들이 북한
군사체제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계속 유지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가 상당히 진전되면, 강경파들은 이런 식으로 '신호'를 보내서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이번에는
남한 정부의 성공적인 월드컵 행사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위한 북한 내
강경파들의 도발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하위 군사조직의 명령에 의해
이뤄졌는지, 아니면 정권 차원의 의도였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한측이 즉각 이번 도발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을 보면, 그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더이상 진전시키기가
불가능해졌다. 남은 임기 동안 김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단발적인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이 보이지만,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남북 간에 보다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재개를 앞둔 미·북대화의 전망도 그만큼
불투명해졌다.

◆ 로버트 두자릭(Dujarric)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마도 지난 1999년 서해교전 때 한국 해군에 대패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과 남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시위일 수도 있다.

분명해진 것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더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미·북관계보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던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로서는 이번 사건을 호재로 여길 수 있으며, 미·북대화가
늦춰지거나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미·북대화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북한 정권과의 타협보다는 북한 정권이
고사(枯死)하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 피터 벡(Beck)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무엇보다 남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남한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는 월드컵 축제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이번
사건이 미·북관계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북한의 도발이 북한 내 강경파에 의한 것인지, 하부 군사조직에 의한
것인지는 좀더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정말 문제를 일으켰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