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장면을 입수했으니 동네에 뿌리기 전에 100만원을 보내시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27일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입수한 대기업체 이사급 이상 임원 250여명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 이 중 9명으로부터 900여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조모(36·무직)씨를 구속했다.

조씨가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19일. 일본의 한 남자가 기업체 임원 200여명에게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 60여명에게서 2억2000여만원을 뜯어낸 사례를 모방했다.

조씨는 인터넷 증권사이트에서 대기업체의 이사급 이상 임원들의 명단과 회사 주소를 입수했다. L사, D사, H사 등 유수한 대기업체의 상무·전무·영업본부장 등이었고 최고경영자(CEO)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조씨는 이어 서울시내의 PC방에서 “○○○씨, 포르노 업계 종사자인데, 이미 불륜 근거를 확보했으니 100만원을 준비해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라”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이달 2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이들에게 보냈다.

답장을 보낸 사람은 모두 22명. “편지 잘 받았습니다. 장소 정합시다”는 ‘소신파’, “오해가 있습니다. 제발 답장 주십시오”라는 ‘애걸파’, “경찰이 개입돼 있느냐”는 ‘신중파’ 등 대답은 다양했다. 한 임원은 우편물을 관리하던 비서를 통해 내용이 새나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중 9명이 조씨가 고용한 유모(34)씨 계좌로 100만원씩을 보냈다. 조씨는 지난 21일 한 임원의 신고를 받고 추적한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지난 95년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한 지방대 치의예과를 다니다 중퇴했으며, 이후 입시에 실패하고 고시촌 등을 전전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씨는 경찰에서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진 카드빚 4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