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시큰둥한 마음으로 아빠의 손에 이끌려 시내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청에 가까와질수록 나의 작은 가슴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 조금씩 맥박이 빨라지고 있었다.
남대문을 돌아 시청앞 광장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로…. 나는 거대한
인파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무엇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모여들게
했는지. 양 손가락을 하늘 높이 치켜 올리고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함성은 폭탄의 굉음처럼 들렸다. 그것은 전율이었고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나 자신을 휘감아 몰아치고 있었다. 마치 하늘 아래 대한민국이 최고의
국가인 것처럼.
그 폭탄은 도저히 하나될 것 같지 않았던 세대의 벽을, 함께 할 수
없었던 이웃간의 회색빛 감정들을 일순간 무너뜨리며 모두를 한데
어우러지게 했다. 그것은 온 민족의 가슴속에 일어난 거대한 지진이었고,
활화산 같은 뜨거움이었으며, 바로 조국이었다. 이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는 혼자가 아닌 함께임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반목과 질시가 끊이지 않았던 나라,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인 것처럼
갈갈이 찢어졌던 나라에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내 작은
가슴에도 불은 피어 올랐다. 응원의 물결이 강을 이루고 눈물이 내를
이루고 태극기 물결속에 대한민국을 연호하게 했다. 대한민국 사람임을,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남을 자랑스럽게 만든 것이다. 나는 감히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광화문과 시청앞이 성스럽게
느껴졌다.
언론은 요즘 우리를 W세대(월드컵 세대)라고 말한다. W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꿈이 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자신들만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이 성스러운 시청앞과 광화문 거리를 다시는
더럽히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신명나는 판을 다시는
깨뜨리지 말 것을 부탁드린다. 5000년 역사에 처음 찾아온 이 기회를
달아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W세대가 모두 나와 같은 꿈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朴選民 17·당곡고1년·서울 관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