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무서운 질주를 거듭하며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비록 독일에 0대1로 아쉽게 패배하여 내일 열리는
3·4위전에 나서게 됐지만, 한 번쯤 넘어졌다고 해서 질주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미 일어서서 다시 달리고 있다. 어느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던 일을 이루어낸 히딩크 감독과 우리
대표선수들은 모든 찬사와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
독일의 준결승전이 열리던 날 '붉은악마'는 매우 인상적인 카드 섹션을
펼쳐 보였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나는 묻고 싶다. '월드컵 첫 승리'와 '월드컵 16강 진출'이
목표였던 우리 대표팀은 원래의 목표를 훨씬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럼
우리 축구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걸까? 그동안 나는 우리 축구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 육성, 우수한 지도자 및 심판
양성, 학원 축구 개혁, 프로 축구 활성화 등 기본과 본질에 대해 치밀한
장기 계획을 세워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지금 결과만 놓고 보면 히딩크라는 마술사 하나를 모셔 와 '고액 족집게
과외'를 시킨 덕분에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룬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모든 것을 빠짐없이 실행에
옮긴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다시 월드컵 4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 앞으로도 우리는 어느 마술사를 모셔올까만 걱정하면 되는
걸까?
다행히도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히딩크가 '족집게 과외 선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누구 못지않게 기본기와 체력,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나는 믿고 싶다. '월드컵 4강 신화'는 이
세상의 모든 신화가 그러하듯이 우리 축구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꿈의 내용은 '월드컵 몇 강'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축구, 정정당당하고 아름다운 축구로 빛나는 수준 높은 축구 문화를
가지는 것이라고.
(강석진·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