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페루자의 가우치 구단주가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안정환과의 재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유인즉 이탈리아 축구에
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물론 가우치 구단주의 아들이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럴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는 국민의 4명 중 1명이 축구 관련 사업에 종사한다. 그런
거대한 무대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정환이라는 '축구 변방'의 스타 선수 한 명을 수용하지 못 한다면
페루자팀의 미래는 없고, 안 선수 또한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 더 큰
무대가 그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이탈리아 축구의 강점과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강함과 화려함을 겸비한 세계 최강의 팀 이탈리아가 왜 번번히 큰 대회의
결정적 순간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을까? 그 이유는 변화를
거부하는 '자만'이다. 유로 2000 결승에서 홈팀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한 이탈리아는 경기 내내 1-0으로 리드를 유지하다 프랑스에
후반 90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역시 골든골로 패했었다. 왜 뼈저린
실수가 되풀이되었을까? 이탈리아는 한국의 공격력을 얕보며, 아슬아슬한
점수차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수비축구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명장 트라파토니는 설기현의 동점골을 보며 유로 2000의 악몽을
떠올렸을 것이다.

우리가 상대한 이탈리아는 최고였다. 경기 내내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토티, 비에리, 델 피에로 역시 세계 최고였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지능적 파울로 우리 공격의 맥을 끊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우리 선수들의 얼굴을 가격하는 모습은 이미
'선진축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운이 없었고,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트라파토니의 발언은
인간적으로는 이해될지 몰라도, 치졸한 변명일 뿐이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세계 유수 언론들 역시 한국의 투지를 극찬했고, 한국의 승리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우리가 98월드컵에서 0대5의 아픔을 준 '공공의
적' 히딩크를 영입해 국민 영웅으로 승격시켰듯, 3번의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는 그들에게 '해를 끼친' 안정환을 영입하는 강자의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김주용·러브월드컵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