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일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다국적군으로 해외에 파견돼 있는
미국인들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당하지 않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들에게 면책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이날 미국인을 포함해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ICC의 체포 및 기소 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또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도의 다국적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군 소속 군인들에게도 동일한 면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처드 윌리엄슨(Williamson)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우리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미국인들이 ICC 법정에서 재판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계 67개국이 지난 4월 ICC 설립에 관한 로마 조약을 비준함에 따라,
ICC는 7월1일부터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미국은 1998년 성안된 로마 조약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했지만
클린턴 자신은 이 법안의 의회 비준을 받지 않기 위해 의회로 이송하지
않았으며, 지난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예 미국은 ICC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이 이같이 나오는 것은 행여 '정치적인
동기'로 해외 주둔 미군이 ICC 법정에 서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유엔 평화유지군에 700여명, 보스니아와 코소보의
다국적군 및 아프가니스탄의 다국적군에 수천명을 파견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안은 유엔 안보리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19일 열린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미국의 맹방인 영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미국의 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중 6개국이 이미 로마 조약을 비준했고 6개국이
서명했으며, 아직 서명하지 않은 중국이나 싱가포르도 원칙에는 찬성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회담을 가진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미국측 요구는
ICC의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국제사법 담당 국장인 리처드
디커(Dicker)는 "미국이 로마 조약 성안 당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이번에 뒷문으로 그것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