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이후 퇴임하는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봐주기식 인사를 단행, 새로 취임할 당선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복성 인사를 의미하는 살생부가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당선자에 대한 줄서기 추태가 벌어지는 등 공무원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은 지난 17일 전체 군공무원 753명 중 11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큰 규모의 인사였다. 군 측은 “초과 현원 해소차원에서 명예퇴직, 조기퇴직 신청 등을 포함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공무원은 “새로 취임할 군수에게 인사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미 군수 당선자가 현 군수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광역시가 지난 18일 승진발령한 기술직 공무원 2명은 모두 고재유(高在維) 시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어서 막판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광태(朴光泰) 시장 당선자 측은 “단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인사를 하는 것은 후임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광주시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퇴임을 앞두고 자기 사람 챙기기 인사를 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국장급을 포함한 무더기 승진인사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의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지난 17일 임창열(林昌烈) 지사가 임명한 국장의 경우 업무보고에서 배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임 지사는 측근 2명을 국장에 임명, 경기도 공무원직장협의회로부터 “공직사회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 낙선한 서울의 한 구청장은 6급 직원 6명을 한꺼번에 승진시키는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선자 측은 “승진 대상이 대부분 낙선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들”이라며 인사 중단을 요청했다.
울진군 직장협의회는 지난 8일 “신정(申丁) 군수가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달 31일 과장급 6명과 계장급 20명에 대해 관례에 어긋나는 인사를 단행해 혼란을 야기했다”며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군수 퇴임식에 전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의 교체를 앞두고 공무원 사회 내부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선 현 시장이 떨어지자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6급 이상 별정직 공무원 3명이 곧바로 사표를 냈다. 한 공무원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물갈이를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에선 ‘살생부’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용인시에선 ‘이제부터는 특정 고교 출신이 득세할 것’이라는 괴소문이 나돌아 당선자가 “새판짜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