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처럼 느껴지는 영화속 건달역 연기자들 중에서도
빤한 스펙트럼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와 관객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달마야 놀자' '주유소 습격사건'의 강성진이다. 건달과
스님들의 한판 승부를 코미디로 녹여낸 '달마야 놀자'를 보자. 내가
보기엔 이 영화속 스님 역 배우들과 건달역 배우들을 통째로 바꿔치기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한데 단 한사람, 건달 진영에서 빼내기
곤란한 배우가 바로 강성진이다. 찬바람 휙 도는, 특유의 사악한 이미지
때문이다. 원래 알통으로 겁주는 육체파보다 분위기로 위협하는 건달이
훨씬 무서운 법이다. "형님" 하는 구령 소리와 함께 허리를 구십도로
꺽지 않아도, 옷에 피칠갑을 하고 룸 싸롱 테이블 위를 뛰어다니지
않아도 강성진에게선 일단 '조직'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이프를
짤깍거리며 비웃듯 한쪽 입술을 치켜올리는 강성진의 표정에서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그의 나이프는 전시용이 아니라 언제라도 늑골 사이를
파고 들 것만 같다.
사찰에 들어서자마자 "여기 오야붕이 누구야?"로 시작되는 강성진의
독기는 "스님들도 아침마다 서십니까?" 라는 '싸가지 없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장작 잘 패는 스님을 놓고 "도끼질 못하게 하면
되겠네."이죽거리는 것으로 마감된다. 박신양을 비롯한 다른 건달들의
'불량한 대사'가 그냥 '위악'처럼 보이는데 반해, 강성진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90% 이상이 진실로 들린다. 강성진이 관객에게 안겨 주는
불안감은 사찰에 밑반찬을 가져다주는 비구니와 만나는 순간 최고조에
달한다.
묘하게도 강성진의 밉살스런 인상 한 구석엔 전혀 다른 이미지가
숨겨져있다. 98년작 영화'찜'에서는 여장을 한 안재욱에게 반해
꽃다발을 들고 구애하는, 놀랍도록 천진난만한 강성진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사같던 강성진이 '휴머니스트'와 '주유소 습격
사건'을 거치면서 악당이 된 것일까. 아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옛날
영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때 귀엽게만 봤던 그 표정에서도 특유의
차가움을 발견할 수 있다. 강성진에게는 예수와 유다의 얼굴이 함께
있다. 그 두 얼굴이 우리들 기대를 유쾌하게 배신하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남정욱· 월간 ‘베스트셀러’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