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본선 진출 32개국 감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강팀들을 물리치며 국가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감독들이 있는 가 하면, 팀이 탈락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인정받아 사령탑 지위를 보장받은 감독, 월드컵 직전의 예상과 달리 졸전을 거듭한 끝에 벌써 해임된 감독 등 다양한 운명을 맞고 있다.

한국의 히딩크 감독과 세네갈의 메추 감독, 터키의 귀네스 감독, 미국의 아레나 감독 등은 구름위를 걷고 있는 케이스.

히딩크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월드컵 사상 첫 승을 안긴 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우승후보 이탈리아까지 꺾어 그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감독직 유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달려있고, 한발 더 나아가 법무부가 명예국적을 부여하고 축구팬들은 그를 강제로 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메추 감독도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팀을 8강까지 견인, 세네갈 국민들로부터 더할 나위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일랜드의 매카시 감독과 덴마크의 올센 감독, 슬로베니아의 카타네츠 감독은 팀의 탈락에도 갈채를 받은 케이스. 매카시와 올센 감독은 팀이 비록 16강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할만큼 했다는 국내 여론에 힘입어 계속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조별리그에서 3패를 기록한 카타네츠 감독은 경질이 예상됐지만 사상 처음 슬로베니아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공로가 인정돼 지위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카타네츠는 미련없이 대표팀 감독직을 사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비록 8강 진출은 실패했어도 일본에 월드컵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을 안기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하지만 재임기간 동안 잇단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탓에 일본축구협회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일본축구협회는 벌써 98년 대회서 프랑스를 정상에 오르게 한 에메 자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르메르 감독, 아르헨티나의 비엘사 감독, 포르투갈의 올리베이라 감독 등 대회 개막전 우승후보로 지목되다 조기탈락의 쓴 맛을 본 사령탑들은 스스로 사퇴의사를 천명하거나 자국 축구협회에 선처를 호소하지만 유임 전망이 불투명하다. 특히 개최국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맞붙었던 폴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 감독 등이 차례로 옷을 벗을 처지라 '감독 킬러'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다.

이밖에 파라과이 말디니 감독은 감독직을 접고 스카우트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각국 감독들의 파란만장한 역정이 펼쳐지고 있다.

<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 del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