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에게 6월은 민족상잔의 고통과 슬픔의 달이었으나, 월드컵의
드라마틱한 감동과 성취로 2002년 6월은 다시 태어났다.
감독의 리더십, 선수들의 투혼, 역사 이래 최대의 인파가 한마음으로
모였다는 국민들의 응원열기, 이 모두가 함께 빚어낸 시너지효과가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것일게다.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다는 그 응원열기를 보면서 어쩐지 위태롭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첫 게임 때 40여만명이었던
광화문의 인파는 이탈리아전이 열리던 날은 약 100만명으로 늘었다. 이날
밤에만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100건 가까이
있었지만, 경기관람이나 길거리 응원의 안전에 대해 계도하는 캠페인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만, 수백만명의 인파가 일시에 집결하는
상황에서 안전사고 예방에 무관심하다니! 이것이 OECD 26개국 중
어린이안전사고 사망률 1위 국가로, 안전불감증의 고질을 앓게 만드는
근원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두세 살짜리 어린이를 그토록 격렬한 과다자극 상황에 노출시킬
수 있는 것인지. 방어력과 자제력이 없는 어린이가 자기 키의 두 배가
넘는 밀집된 인파들 사이에서 떠밀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노약자나
어린이가 흥분한 군중 사이에서 과다한 자극에 노출될 때는
심리적·신체적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계도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과도한 자극이 주어질 때,
그 스트레스로 인한 히스테리반응과 후유증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기쁨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폭력이나 테러만 위험한 것이
아니며, 일상의 삶과 축제 중에도 신체적·심리적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스페인전에는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인파가 거리응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는 안전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이쯤에서 서서히 열기를 진정시키면서 월드컵 이후 국민들의 심리적
공황과 허탈감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그룹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중매체가 이 일에 앞장서주길 기대한다.
(趙甲出/ 47·적십자간호대학 교수, 꼬마안전짱 운영자·서울 서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