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자를 좋아한다.”

17일 브라질과 벨기에 경기가 열린 고베 경기장은 온통 노란색
물결이었다. 경기 시작 전에 경기장 앞 시민광장에 모인 관중들은 브라질
응원단이 연출하는 삼바 리듬에 맞춰 흔들고 소리치며 축구 왕국
브라질을 열렬히 응원했다. 2002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팬들은 강한 팀을
집중 응원, 약팀들을 울리고 있다.

일본이 속한 H조에서 응원단의 공격 대상이 됐던 벨기에. 16강에서 최강
팀 브라질과 맞붙은 것만도 어려운데 이날 모인 4만 관중 거의 전부가
자신들을 외면하는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고작 500명 정도의 자국
팬들만이 응원하는 소리는 브라질 응원단이 쉬는 동안 잠깐씩 들릴
뿐이었다.

또 하나의 우승 후보 잉글랜드와 15일 맞붙은 덴마크도 쓸쓸했다. 하얀색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응원단이 잉글랜드 원정 응원단과 어울려 니가타
경기장은 영국의 웸블리 구장을 방불케 했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프랑스를 2대0으로 꺾었던 덴마크는 3대0, 일방적인 패배를 당해야 했다.

일본 축구팬의 '강자 선호' 경향은 조별 리그에서도 역력했다.
아르헨티나와 맞붙은 나이지리아는 하늘색 유니폼으로 무장한 일본인
아르헨티나 관중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탈리아와 대결한
크로아티아, 멕시코 역시 이탈리아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일본 팬들에게
시달렸다. 크로아티아가 역전 골을 터트렸을 때는 비명 같은 탄성이
미야기 경기장에서 터져, 이탈리아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왜 일본은 강자를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한 통신사 기자는
"강자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스타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일간지 기자는 "잘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질문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