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8·8 재·보선까지 '한시적
후보'의 위치에 서게 됐다.
민주당 최고위원 상임고문단이 18일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한 노 후보의 재신임을 의결하고 이를 19일 당무회의에서 최종
확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노 후보가 지난 17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제시한 '8·8 재·보궐선거 후 원점에서 후보를
재경선하자'는 제안도 수용했다. 민주당이 '재신임'과 '8·8
재·보궐선거 뒤 재경선 가능'이란 두 가지 결정을 동시에 내림으로써,
노 후보는 19일 재신임을 받을 경우에도 한 달 남짓 남은 재·보궐 선거
이후 당의 성적표에 따라서는 후보의 지위를 내놓아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이와 관련, "8·8 재·보궐선거 뒤 재경선
시행 여부는 당이 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재·보궐선거 승패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현재 10여곳으로 예상되는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민주당은 17일
노 후보 자신이 예견했듯이 '재신임론 재부상'이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때는 이번처럼 적당히 넘어갈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노 후보는 이에 따라 8·8 재·보선에 명운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재·보선 후보 공천부터 선거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보선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의
'노무현 후보, 한화갑(韓和甲) 대표'라는 얼굴로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당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18일 김근태(金槿泰) 이해찬(李海瓚) 임채정(林采正) 의원 등
친노(親盧)성향의 재야 입당파가 긴급 회동, "당을 조기에 노 후보 중심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에 앞서 한화갑 대표 등 최고위원단은
일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노 후보의 처지를
감안한 지원사격으로 보인다. 노 후보가 아니라면 한 대표라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친노 성향의 쇄신연대(총괄간사 장영달·張永達 의원)는 이날
조찬모임을 갖고 "노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이끌자. 노 후보의 리더십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노 후보 자신은 아직까지는 전면에 나서는 데 유보적이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정분리를 표명한 마당에 이 같은 대원칙을 깨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후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후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8·8 재·보선 결과는 노 후보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 후보는 결국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들을 재·보선 후보로
내세워 자신의 진두지휘 아래 8·8 재·보궐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선전으로 나타나면 노풍 재점화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결과가 패배일 경우, 노 후보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물론 노
후보측은 재·보선에 지더라도 노 후보가 후보직을 내놔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신임 아니라 재재신임을 해도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