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2대1로 침몰시킴으로써 세계 축구사에 새 역사를 썼다. 너무나 통쾌하고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그 동안 사회 각계 각층에서 불어닥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배우자는 ‘히딩크 신드롬’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약팀의 한계를 거부하는 ‘지배하는 축구’, 강팀과 맞서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기르겠다는 우직함으로 설명되는 히딩크 축구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제 길을 걸어 왔고 기어이 찬란한 열매를 맺었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감독으로 영입되자마자 먼저 한국 축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기술은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체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투지만 좋을 뿐 자제력, 도전 의식은 수준 이하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문제점 보강을 위해 전문 피지컬 트레이너와 비디오 분석가 등을 영입해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체력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그 결과 선수들은 전·후반 지칠 줄 모르고 뛸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팀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각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포지션별 무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름 있는 유명 선수보다는 능력 있는 무명의 많은 선수를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계획대로 때로는 묵묵히, 때로는 우직하게 조련했다.
결국 히딩크는 자신의 약속대로 그 동안 낙후된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도약시켜 이번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신화를 달성했다. 이 시점에서 오는 12월 대선에 히딩크를 내보자는 어느 일간지의 익살스러운 만화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찌됐든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과 히딩크 감독’ 만만세다!
(조선대 교수ㆍ컴퓨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