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선거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월드컵대회 열기에 가려 과거 두
차례의 지방선거 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한
선거라고 하더라도 그 선거의 결과 자체는 엄존한다. 새로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앞으로 4년간 지역의 살림살이를
내맡겨야 하는 것이다. 제5권력이라는 시민단체(NGO)들이 지방행정을 늘
감시·견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나가면서, 직접선거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충·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방선거가 실시된 뒤 당선자가 맡은 자리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되는 현행 우리의 지방자치제
선거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95년 선거 때는 단체장직 취임까지
4일간의 여유밖에 없었고, 1998년 선거 때도 '6월 4일 투표, 7월 1일
취임'이었다. 올해의 경우 '6월 13일 투표, 7월 1일 임기 시작'으로
돼 있다.

민선자치단체장이 연임할 경우는 별 문제 없으나, 새로 바뀔 경우에는
기초·광역 행정기관 업무의 기조가 흔들리면서 혼란과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업무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해치면 낭비적이며 불안한
살림살이로 그 피해는 당연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당선 후 조직 인수인계(학계에서는 이를 '리더십
전이(轉移)'라고 부른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직 단체장에게 유리한 조직승계
및 선거운동 과정의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 참신하면서 지도력이 겸비된
유능한 인재들이 출마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또 민간전문가들이
포함되는 가칭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활동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
다음 번 인수인계시 중요한 자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대표들도 엄연히 우리의 대표들이다. 이제 새로이
우리의 손으로 뽑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이 주민들을 떠받들며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朴容達/ 48·대학강사(행정학)·대구 수성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