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의 갈등이 심상치않다.

한국 정부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온 탈북자 원모(56)씨를 중국 공안이 강제 연행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관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14일 오전 리빈(李頻)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하고 원씨의 신병인도와 중국측의 공식사과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같은날 저녁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탈북자 연행 과정에서 한국쪽이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처럼 설명하는 등 사실관계부터 부정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15일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중국도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통해 이례적으로 류젠차오 대변인의 전날 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는 등 강경한 기조를 유지했다.

신화통신이 보도한 류젠차오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보면 중국도 선선히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젠차오 대변인은 “탈북자 사건들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측의 정책방향과 관계가 있다.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탈북자 사건을) 고무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국측의 (신병 인도) 요구는 전혀 도리에 맞지 않고 근거도 없는 것이다. 원씨의 신병인도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 방향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작년 6월 장길수군 일가족 UNHCR(유엔난민담당관실) 사무소 진입을 필두로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잇따른 ‘탈북자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쌓였던 앙금을 쏟아놓은 셈이다. 이는 또 탈북자 원모(56)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공안(경찰) 당국의 실수를 탈색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어쨌든 중국측이 원씨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아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중국 대사관 관계자들의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는 중국측이 억지를 쓰는 게 명확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세 가지 부분에서 우리 정부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우선 탈북자 원씨의 연행 과정. 중국은 원씨 부자(父子) 중 아들(15)은 한국영사관 건물 안에 들어갔으나 원씨는 건물 밖 정원에 있었고 이곳은 중국영토이기 때문에 원씨를 경비초소로 데려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원씨 부자 모두 우리 영사관 건물에 들어와 있었으며 중국측 보안요원이 우리 공관장의 허가 없이 영사관 건물에 무단 침입해 원씨를 강제로 끌어냈고, 이 광경을 원씨의 아들과 우리측 보안요원들이 모두 목격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측은 또 공안이 원씨를 영사관 경비초소로 데려가 1차 조사한 뒤 봉고 차량에 태우려 하자 한국 외교관들이 항의하면서 공안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당국자들은 중국측이 원씨를 불법 연행했기 때문에 이에 항의한 것이며, 중국공안이 항의하는 외교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외교관의 신체 불가침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또 “그동안 한국측이 탈북자의 영사관 진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해왔다”고도 주장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게 우리 정부 설명이다.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