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재신임 문제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진로를 가늠할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안(代案)이 마땅치 않아 후보 교체론이 본격 제기되기 어렵고,
제기되더라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충청권 및
중부권 의원 일부가 후보교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여기에 당
저류의 노 후보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내부 흐름이 복잡해지고 있다.
◆ 주류 “조기 재신임 불가피”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및 쇄신그룹 의원들은 노
후보에 대한 재신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엄중하게'라는 말의 뜻은 '교체'가 아니다. 속내는 '재신임
불가피' 쪽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노 후보가 교체될 경우, 당내 기반을 잃는 입장들이어서 앞으로
당내 노 후보 방어벽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노 후보 수호 논리로 선거
패배의 근본 원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 인사들의 인사독점 및 국정 운영 난맥상에 있기 때문에 노 후보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편다. 또 지금 와서 대통령후보를 다시 뽑을 수가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들고 있다. 후보를 다시 뽑을 경우 당 분열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지속적인 당 면모 개혁을 통해 국면을 돌파, 오는 8월 8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또 한번의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한 대표측 관계자는 "그러나 모양갖추기식 재신임이나
책임회피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원들의 뜻을 넓게 수렴할 수
있는 노 후보 재신임 방법을 택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주류측에선 중앙위원회나 전당대회 소집을 통한 노 후보 재신임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공개 제기되는 후보 교체론
충청권이 지역구인 송영진(宋榮珍)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은 14~15일
기자들에게 노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대통령후보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가 사퇴하고 당 지도부도 기득권을 포기한
가운데 외부 인사를 받아들여 후보를 다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지부장인 박상희(朴相熙) 의원, 전 충북지부장인 홍재형(洪在馨)
의원 등도 비슷한 주장이다. 부산 출신인 김기재(金杞載) 상임고문은
15일 '당의 외연을 넓힐 외부인사'로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대체로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을
지지했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언급이 이 전 고문의 뜻과
일치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천안 출신으로 이 전 고문과 가까운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이 전
고문은 후보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면서 "나는 이 전
고문이 백의종군 자세로 당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내엔 노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지는 않더라도 노 후보의 언행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한 실정이다. 이들은 노 후보가
비주류 등에 대한 포용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 전망
일단 17일로 예정된 최고위원, 고문단, 당무위원, 의원 연석회의가 노
후보 재신임 및 지도부 책임문제의 향배를 가를 일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선 재신임, 책임론 등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가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선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생각대로 재신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 및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고 믿음이 크지 않아
내부 봉합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