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의 해운대 백사장에서,
광주의 상무시민공원에서…. 350만명의 환호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그저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다는 인연이 우리를 감격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었다.
넥타이를 맨 회사원과 태극기를 얼굴에 새긴 대학생이 '하이 파이브'로
환호했다.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시작됐고, 태극기가 검은 하늘 위로
넘실넘실 춤을 췄다. "그래 우리는 해냈다. 선수들과 국민이 하나 돼서
큰 일을 해냈단 말이다!"
2시간의 초조한 기다림과 긴장, 그러나 열매는 달콤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운집한 100만명의 팔과 다리는 경기 내내 땅을 구르고
박수를 쳤다. 땀에 젖은 두 손도 끝없는 박수 속에 말라버렸다. 박지성
선수의 슛이 골 네트를 흔드는 순간, 이들이 굴러대는 진동으로 서울
도심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들썩거렸다.
광화문의 함성은 시청으로, 다시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어져 선수들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부산·광주·대구·대전 등 전국에서 뿜어내는
4700만의 힘과 기(氣)가 인천 경기장에서 한 데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환호와 긴장의 순간이 이어지면서 응원소리는 춤을 췄다. 파울레타의
헤딩슛이 이운재 선수의 손을 맞고 골대에서 멀어지자 "휴~"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의 힘찬 응원은 계속됐다. 가족과
나온 고승욱(40)씨는 "내 생애 최고의 축제를 아이들에게 보여줬다"며
환호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세계인들도 몰려들었다. 남아공 서포터 롭은
머리끈에, 줄리안은 티셔츠에 'Be the reds'를 두른 채 대열에
합류했다. "얼굴에 태극마크를 새겨드릴까요"라는 소녀의 제의를
이방인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본 산악인 노구치 켄(27)씨는 "일본과
한국이 함께 16강에 진출해 기분이 최고"라고 말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인파는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량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고, 축포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밤새 도심은
저물지 못했다. 아니 도무지 이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