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시민단체들이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참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은 광역단체장 등에 모두 50명을 출마시켜 기초의원
15명을 당선시켰다. 그러나 광역과 기초를 불문하고 단체장은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유권자들의 정당 위주의 투표
성향이 큰 벽이었다"며 "하지만 기초의회에 거점을 마련한 만큼
'녹색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환경련은 이번 선거에서 대구광역시, 경기도 고양시, 강원 춘천시, 경남
마산시 등에 광역단체장 1명, 기초 단체장 4명, 광역의원 6명, 기초의원
39명의 후보를 냈다.

특히 일산신도시가 포함된 경기도 고양시에는 시장을 포함해 도의원 1명,
시의원 14명 등 모두 16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러브호텔, 난개발
등으로 환경 현안이 많고, 이른바 '386세대'의 고학력층이 많이 사는
신도시라는 점을 이용해 이곳을 '녹색정치'의 거점도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공도 적잖이 들였다. 최열 사무총장 등 중앙 간부들이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고, 재활용품으로 만든 사무실과 바람개비 자전거 유세,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저공해 유세차량 등 '환경친화적'인 선거운동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치범 고양시장 후보가 11%를 득표해 4명 후보 중 4위에 그치고,
다른 지역 광역 단체장과 광역 의회의원 후보들도 모두 낙선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정당 위주의 투표 성향이
사표(死票) 견제 심리로 이어졌고, 투표율까지 너무 낮았다"고 말했다.

조직과 자금의 부족 등 현실정치의 벽도 높았다. 이 후보는 "돈·조직
면에서 시민단체들이 기성 정당과 대결하기에는 힘이 달렸다"며 "주민
생활에 밀착한 지역 시민운동 등 시민단체다운 선거운동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앞으로는 지방자치 참여를 위해 정당을 만들
필요도 느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호응도 높지는 않았다. 유권자 김모(33)씨는 "시민단체 후보의
정책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대안(代案) 정치세력으로서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본분을 벗어난
것"이라는 거부반응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구광역시장에 도전한 이재용 후보가 38.8%를 득표해 61.2%를
얻은 한나라당 조해녕 당선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고무적인 현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