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덴마크전에서 왼쪽 허벅지에 붕대를 감고 출전한 프랑스의 수퍼스타 지네딘 지단이 덴마크 문전으로 공격하던 중 그라운드에 넘어져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98 월드컵,유로 2000,2001 컨페드컵 등 세 대회를 연속 제패했던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1라운드 세 경기에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타디움을 빠져나왔다. 2002 한·일 월드컵 A조 리그전 3전1무2패. 무득점에 3실점. 98프랑스월드컵 우승, 유로2000 우승에 빛나는 최강팀의 전적이라곤 믿기지 않는 성적표였다.

11일 인천문학경기장을 찾은 프랑스팬들은 모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1무1패의 실망스런 전적이었지만 ‘수호신’ 지네딘 지단이 출장한 이상 덴마크를 누르고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단은 상처입은 호랑이. 지단은 조심스레 뛰었고 갑작스런 턴 동작이 필요할 때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여줬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도 몇 번 보였다. 덴마크가 지단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지 않은 것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히려 밀리던 덴마크가 2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퇴프팅의 패스를 받은 로메달이 골지역 왼쪽 바깥에서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을 날려 프랑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꿰뚫어 버린 것.
덴마크의 골은 프랑스의 초조한 다리에 납덩이를 매단 격이었다. 프랑스는 공격을 더 서둘렀고 그럴수록 기회는 멀어져 갔다. 그럴 듯한 찬스만 만들었을 뿐 '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후반 들어 프랑스는 공격에 가속도를 붙였다. 지단도 자신이 생긴 듯 뛰는 모습이 약간 가벼워졌다. 하지만 불운은 계속됐다. 5분, 지단이 날린 오른쪽 코너킥이 드자이의 머리에 맞고 골대를 때린 뒤 튀어나왔다. 지단의 슈팅은 수비 몸에 맞았고 트레제게가 오버헤드킥을 시도했을 때는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내내 웅크리던 덴마크가 21분 치명적인 역습에 나섰다. 그뢴키에르의 센터링을 받은 토마손이 오른쪽에서 멋진 슈팅으로 프랑스 GK 바르테즈의 옆을 뚫었다. 토마손은 대회 4골째로 득점 2위.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프랑스의 마지막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의 불운은 계속됐다. 27분 시세가 날린 캐넌슛은 GK 몸을 맞고 튀어 나갔다. 1분 뒤 트레제게의 오른발 슈팅이 또 크로스바에 맞았다.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골대만 5차례(세네갈전 2차례, 우루과이전 1차례) 맞혔다. 프랑스는 '골대의 여신'으로부터 무언가 큰 진노를 산 것 같았다.

/ 인천=김동석기자 ds-kim@chosun.com 안용현기자 justic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