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자.”
10일의 한·미전을 맞아 전국의 축구 열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날 한반도는 거대한 ‘응원장’으로 바뀐다. 한·미전이 열리는 오후 3시30분부터 전국의 회사·학교·상가(商街)가 올스톱되고, 거리에는 수백만명의 함성이 메아리친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방방곡곡에서 쉴새없이 외치는 장엄한 ‘붉은 물결’을 목격하게 된다.
운명의 결전을 하루 앞둔 9일, 대구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필승 코리아’ ‘이겨라 한국’에서부터 ‘이기면 술값 무료’ ‘대형 프로젝션 TV 설치’ 같은 플래카드가 거리마다 나부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은 월드컵 장면으로 뒤덮였다. 온몸에 태극기를 감고 응원하겠다는 조문영(13·대구원화여중3)양은 “월드컵 열기가 날씨보다 덥지예?”라고 반문했다.
아침 일찍부터 동대구역·공항·고속버스터미널에는 붉은 셔츠 차림의 팬 1만여명이 밀려들었다. 김종훈(23)씨는 “미국을 이겨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는 표를 구하기 위해 몰려든 8000여명이 3㎞ 가량 줄을 서 장사진을 이뤘다. 20대 시민은 “이틀 전부터 온 사람들이 친 텐트로 마치 캠핑장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국은 격전의 현장인 대구를 향한 응원 준비로 바빴다. 거리 응원은 경기 당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 대학로·여의도 둔치·올림픽 평화공원·강남 코엑스 앞 광장·잠실 운동장 등 서울 9곳을 비롯, 대구 국채보상공원·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울산 호반광장·광주 상무시민공원 등 70여곳에서 펼쳐질 예정.
특히 서울 광화문~시청 일대에는 30만명이 운집하는 일대 장관(壯觀)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4일 대(對) 폴란드전 때(15만명)의 2배 이상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거리 응원을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경기장이나 거리 응원 현장을 찾지 못하는 국민의 눈과 귀도 TV·라디오에 쏠린다. 서울 283개 고교, 대구 240개 초·중·고교 등이 단축수업을 하고 일부 대학은 기말시험을 연기하기도 했으며, 마산교도소 재소자 2000여명도 TV응원을 벌이기로 했다. 곽선영(이화여대 환경디자인과3)씨는 “시험이라 학교에서 중계를 들을 예정”이라며 “한국 파이팅!”을 외쳤다.
‘넥타이부대’도 응원 대열에 동참한다. 현대중공업·현대산업개발·한국알케텔 등은 아예 오전 근무만 하기로 했으며, 대우자동차·르노삼성차는 오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한솔그룹·아시아나항공·LG전자·SK글로벌·효성·코오롱·대우건설 등은 사내에 대형전광판을 설치해 한국팀을 응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 오티스 직원 백근우(28)씨는 “무더위와 싸울 선수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실어주기로 동료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한 간부도 “사실상 휴무나 마찬가지”라며 “경기장에는 가지 못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선수들이 들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리를 기원하는 열기는 사이버 공간에도 번져 ‘붉은 악마’ 게시판 등 각종 사이트에는 격려의 글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동계올림픽 때 금메달을 놓친 김동성의 한(恨)을 갚자”는 글을 올렸으나, 정치 구호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등 성숙한 태도를 요구하는 내용도 많았다.
/文甲植기자 gsmoon@chosun.com, 大邱=金旻九기자 roadrunn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