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상향 평준화.’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이 혼전에 들어갔다. '약체'로 꼽히던
세네갈과 미국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프랑스와 포르투갈을 꺾었고, 98년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2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을 보이며 A조
꼴찌의 나락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폴란드를 꺾고 본선무대
첫 승을 거둔 것도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1면에
열광하는 한국 응원단 사진을 크게 다뤘을 정도다.

이번 대회 초반 경기 내용을 보면 기본적인 전력 면에서도 본선
참가국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프랑스를
격파한 세네갈은 덴마크와도 비기면서 개막전 돌풍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고, 포르투갈과 맞선 미국도 엄청난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세네갈은 23명 중 21명이 프랑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고,
미국도 핵심 주전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선수 개인 역량의 평준화와 함께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했던 명장들이
골고루 퍼진 것도 약팀 강세의 원동력이 됐다. 한마디로 감독들의 능력도
상향 평준화됐다는 얘기다. 그들은 컴퓨터와 비디오까지 동원한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자기 팀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한편 상대팀 전력 파악도
완벽하게 끝마치고 본선 무대에 나섰다.

세네갈의 돌풍은 기본적인 체력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의 개인기를 프랑스
출신 브뤼노 메추 감독이 잘 조합해 낸 덕분이다. 감독의 중요성은
잉글랜드가 '축구 종주국' 자존심마저 버린 채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 강호들이 초반 부진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대회가 한국과
일본의 장마철을 피하기 위해 예전 대회와 달리 보름정도 일찍 시작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피구나 지단 등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치르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월드컵에 나서는 바람에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정상 컨디션에서도 시차적응에 7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100% 제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상대적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킨 '약팀'들은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힘을 다 소진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선수와 감독을 아우르는 활발한 인적
교류가 세계 축구화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왔다"며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서는 승부를 예측하기가 힘들고 이변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