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회가 깊지요. 32년만에 중계 마이크를 잡습니다. 다만 선수들 이름을
아직 다 못 외워서…."

10일 대구서 열리는 월드컵 한국 대 미국 전을 MBC 라디오로 중계할
이광재(70) 전 KBS 아나운서는 잔뜩 상기돼 있었다. "'월드컵 중계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달라'고 해서 수락했습니다." 60년 로마올림픽, 64년
도쿄올림픽, 68년 멕시코올림픽을 중계하며 독보적 스포츠캐스터로
활약했던 그는 70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

"그땐 말할 수 없었지만, 베이징서 내보내는 북한 선전방송에 맞선
방송을 하러 갔어요. '미국의 소리(VOA)'에서 2년간 방송하고, 또
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에 한인방송국을 차려 방송을 했죠." 지금
이씨는 LA시온성중앙교회 목사로 재직중이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로 60년대 태국서 동시에 열린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와 킹스컵 축구대회를 꼽았다. "농구 6경기, 축구
6경기를 혼자 가서 중계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가 모든 경기를 다 이겨
농구선수권과 킹스컵을 따냈습니다. 돌아왔을 때 김포공항에 '이광재
아나운서 귀국환영' 플래카드를 걸고 나왔던 환영인파가 생생합니다."

그는 한·미 전에 이어 한·포르투갈 전에서도 후배 아나운서와 함께
마이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