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조지 웰즈가 '타임머신'이라는 아이디어를 SF적인 사고를 통해
구축해낸 최초의 작가이긴 하지만, 그는 타임머신의 결정적인 기능
하나를 슬쩍 등뒤에 숨겨두었었다. 웰즈의 타임머신은 미래로 가는
기계였지, 과거로 가는 기계는 아니었다. 기능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시간 여행자는 미래에서 무사히 현대로 돌아왔다.)
단지 웰즈는 과거로 돌아갈 때 발생하는 패러독스의 문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라.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꾼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타임머신이 정말로 발명된다면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물론 웰즈의 후배들은 그 가능성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타임머신들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돌아갔고, 덕택에 수많은 역사 변형이
일어났다. 솔직히 말해 좀 심하게 많은 듯 하다. 하긴 아이디어 만들기가
수월하기 짝이 없으니 작가들을 나무랄 이유도 없는 듯 하다.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 시리즈는 그중 가장 모범적인 예. 앤더슨이
고안해 낸 세계에서는 수많은 시간여행자들이 역사를 바꾸려 시도하고,
고정된 역사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시간 경찰인 타임 패트롤이
존재한다. '타임 패트롤'은 그 뒤로 나온 수많은 시간 경찰물의
시조이다.

'타임 패트롤'의 설정은 비교적 단순 소박하지만 상당히 효율적이다.
한마디로 '만약에?'로 시작되는 대체역사의 매력을 시간여행자라는
도구를 통해 실현해 보이는 것이다. 만약에 카르타고가 로마를 이기면
어떻게 될까? 만약에 몽고 제국이 아메리카에 먼저 제국을 건설한다면
어떻게 될까? 앤더슨은 이렇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동안 역사의
매커니즘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을 제시한다. 설정상 어쩔 수 없이
역사가 고정되어야 하므로 이런 모든 시도들이 타임 패트롤의 방해에
의해 원상복귀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타임 패트롤'은 흥미로운 책이지만 어딘지 텔레비전 시리즈의
노벨라제이션을 읽는 듯한 느낌이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공헌이 이런 식의 고정된 장르의 틀을 구축한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런 진부한 느낌은 꼭 작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듀나www.djun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