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 48년 만에 한국이 거둔 첫 승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지도력의 결과였다. 그는 과학적 체계적 훈련을 통해 대표팀의
체질을 놀랄 만큼 바꿔놓았고, 무한경쟁과 두뇌 플레이를 강조함으로써
한국축구를 선진대열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히딩크를 통해 많은 것을 보았고 또 느꼈다. 무엇보다 그의
용병술은 스포츠뿐 아니라 우리 정치권과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후 철저히 능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
그에게는 어떤 선수도 영원한 주전이 될 수 없었다. 겉멋만 들고 제
역할을 못하는 선수는 과감히 방출했고, 포지션별로 무한경쟁을 시켜
베스트를 가려냈다. 한국축구의 고질이던 학연·지연 등의 연고에 의한
선수선발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능력있는 선수라도 방심하면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히딩크 감독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육성했다.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통해 경기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훈련함으로써 실전에서도 포메이션 변화를
가능하도록 했다.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케 하는 히딩크식 전천후
조련방법 또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적지않다.

히딩크 감독은 원칙과 규율을 지킬것, 열정과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프로가 될 것을 강조했다. 한때 비난 여론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의 축구철학이 오늘의 감동을 일군
것이다. 감동보다는 분열을, 능력보다 패거리주의에 젖어온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화합과 감동을 축구가 이루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