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16강’ 등 2002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단어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막는 과정에서, 정부·공공기관의 비상업적인 사용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해 ‘과도한 권리행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소비자보호원 건물에 ‘월드컵 기간 외국인 특별 소비자 상담’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려고 했다가 FIFA의 제지를 받았다.

소비자보호원이 FIFA에 사용승인 요청을 내자, “FIFA와 공식 관계가 없는 기관이므로 ‘월드컵 기간’이라는 단어를 빼라”는 대답을 들었다. 소보원측은 10여일에 걸쳐 양해를 구했지만, 결국 ‘월드컵’이라는 말을 뺀 ‘외국인 특별 소비자 상담’으로 표현을 바꿔야 했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도 올해 초 FIFA측에 사용신청을 냈다가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월드컵조직위(KOWOC)가 나서 “이 말을 빼면 단체 존립 근거 자체가 모호해진다”며 FIFA에 협조를 요청한 끝에 공식 승인 없이 암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월드컵 주관부처인 문화관광부 역시 올해 초 건물 외벽에 ‘2002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의 문구가 함께 쓰여진 현수막을 걸려다가 “다른 표현과 ‘월드컵’을 혼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 초부터 최근까지 FIFA의 지적 사례는 100여건이며 이 중 10~20%가 비상업적인 이용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KOWOC측은 밝혔다. FIFA는 지난 99년 8월 우리 정부와 맺은 대외 협력서에서 엠블렘은 물론 ‘월드컵’ ‘16강’ 등 2002 한·일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표현도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FIFA는 현재 KOWOC를 통해 로고 및 특정 단어 사용에 대한 승인 신청을 받고 있으며, 국내 대행업체인 스포츠마케팅코리아 직원 등으로 ‘IP(지적재산권) 패트롤’을 구성해 위반 현장촬영 등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문인 박성호(朴成浩)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비상업적으로 월드컵 관련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가 상표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어 우리 현행법상으로는 거의 문제될 것이 없다”며 “FIFA가 이런 것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과도한 권리 행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