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힘'을 보여주자. 4일 동시에 월드컵 첫 경기를 갖는
한·중·일 3국의 15억 축구팬들은 '아시아 돌풍'을 기대하며 새 날을
맞았다. 한·중·일뿐 아니라 35억 아시아인 전체가 아시아 축구의
월드컵 도전을 흥분 속에 지켜보고 있다.

◆ 한국 =폴란드 대표팀과 첫 경기를 앞둔 한국에서는 하루 전인 3일부터 전국적인 대이동이 시작됐다. 부산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펼치겠다는 열성팬들의 인파로 인해 부산으로 향하는 항공 및 철도 등 교통편이 매진사례를 빚었다. 조직적 응원단인 ‘붉은 악마’ 회원들은 전세버스를 빌려 이동했다. 부산 시내는 경기 전야제 등 다양한 행사로 열띤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들 응원단은 이번 첫 경기에서 한국의 대표팀이 지난 54년 월드컵 첫 출전 이래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 ‘무승’(無勝)의 불운을 씻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원 박상열(32)씨는 “힘이 넘치는 정통 유럽식 파워축구를 구사하는 폴란드팀은 유럽 대륙에서 제일 먼저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강팀이라는 걸 알고 있다”라고 한 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명장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기량을 연마해온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를 이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 중국 =월드컵 첫 출전국인 중국은 4일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전국이 흥분상태다.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가정에서
TV로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며, 각 대학은 학생들이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 캠퍼스 내 강당이나 식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자칭 '추미(球迷·열성 축구팬)'라는 베이징대 2학년 자오(趙)모군은
"중국팀이 경기하는 4일은 아예 수업을 폐지한 과가 많다"며, "중국
전역 8000만 추미들이 하나로 뭉쳐 응원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는 시 중심부 공인체육관(노동자체육관) 북문
앞에 1600여석의 옥외 테이블을 설치, 손님 1인당 입장료 10위안(약
1500원)씩을 받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국팀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중국팀이 첫 경기를 하는 4일은 공교롭게도 6·4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13주년이 되는 날. 이 때문에 중국 공안당국은 법륜공(法輪功) 수련자
등이 월드컵대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용해 반정부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 시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北京= 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 일본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도 '조용했던' 일본은 자국 팀의 첫
경기를 앞둔 3일부터 온 열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3일 밤 일본의
NHK와 5개 공중파 민영 방송사는 일제히 일본의 대 벨기에전과 관련한
특집을 편성, 일본의 밤을 온통 '월드컵'으로 덮어버렸다. 일본인들의
밤을 '지배하는' 프로야구도 3일부터 3일간 연휴에 들어갔다. 국민들의
관심을 축구에만 몰아주기 위해서다.

일본 남단 혼슈와 시코쿠를 바다를 가로질러 연결하는 연륙교에는 높이
300m의 주탑 2개에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상징하는 파란색 조명을 설치,
이날 밤부터 밤을 밝히며 승리를 기원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후지산 밑에서 합숙하던 푸른 유니폼의 일본
전사들도 이날 오전 깔끔한 양복으로 갈아입고 국민들 앞에 등장,
분위기를 띄웠다. 프랑스인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준비됐다"며 "우리는 첫 게임에서 반드시 승점을 올릴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선수들 표정도 모두 밝은 편이었다.

( 도쿄=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