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군단 스페인은 ‘월드컵 초년병’ 슬로베니아보다 더 힘든 적과 싸워야 했다.
52년 동안 스페인 대표팀을 옭아맸던 ‘월드컵 1차전 무승 징크스’였다. 스페인은 50년 브라질대회에서 미국을 3대1로 이긴 뒤 8차례 월드컵 첫 경기에서 4무4패를 거뒀다. 그래서 카마초감독조차 “1차전을 이기는 게 관건”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날 경기 역시 쉽지 않았다. 경기 초반 자호비치가 이끄는 슬로베니아에 미드필드에서부터 주도권을 빼앗겼다. 데 페드로의 날카로운 프리킥과 노장 미드필더 루이스 엔리케의 날카로운 돌파가 이어지면서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았지만 번번히 득점엔 실패.
전반 종료를 1분여 남겨둔 44분. 루이스 엔리케의 중앙돌파가 슬로베니아의 크나브스에 의해 저지됐지만 공이 공교롭게 슬로베니아의 골문 중앙에 있던 라울 쪽으로 흘렀다. 볼을 잡는 타이밍을 반 박자 늦추면서 몸을 날리는 수비수를 가볍게 제친 그는 다시 수비수 밀리노비치가 앞을 가로막자 재치있게 그의 가랑이 사이로 왼발 슛을 날렸다. 슬로베니아 골키퍼 시메우노비치가 손을 뻗었지만 볼은 힘차게 오른쪽 그물을 뒤흔들었다.
스페인은 후반 교체 투입된 모리엔테스가 공격에 힘을 실어주면서 슬로베니아를 더욱 압박했다. 후반 29분 데 페드로가 왼쪽에서 날린 크로스를 발레론이 논스톱 슛, 다시 한번 골네트를 갈랐다.
하지만 월드컵 첫 출장인 슬로베니아의 반격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과감한 슈팅으로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케하다 37분 치미로티치가 만회골을 넣었다.
이후 다소 밀리는 듯 하던 스페인은 후반 42분이 되어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리엔테스가 슬로베니아 페널티에어리어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슬로베니아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A매치 85경기에서 27골을 작렬한 ‘스페인의 홍명보’ 이에로가 골 오른쪽 모서리로 가볍게 골을 차넣으면서 3―1. 그제서야 스페인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 광주=강호철기자 jde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