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3일 첫 경기를 갖는다. ‘수비축구의 대명사’ 이탈리아처럼 수비를 잘하는 팀이 보여주는 특징적인 현상이 몇 개 있다. 아주 쉽고 단순한 방법을 통해 짚어보자.
첫째, 패스가 잘 끊긴다. 한국의 홍명보도 이런 유형에 속하지만 특급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의 패스 길목을 ‘귀신같이’ 미리 알고 차단한다. TV를 시청하면서 ‘거참, 패스가 왜 저렇게 잘 끊겨?’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격수들의 불찰도 있겠지만 그만큼 수준 높은 수비를 만났다고 보면 된다. 둘째, 공격수들이 잘 넘어진다. 얼마 전 내한한 잉글랜드의 중앙수비수 솔 캠블의 ‘부피’를 목격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1m90 가까운 키에 탱크 같은 파워와 탄력.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맨투맨 수비력, 깊숙하고 정확한 태클, 깔끔한 클리어링(clearing). 프랑스의 드자이(1m85·85㎏), 이탈리아의 네스타(1m87·80kg), 네덜란드의 스탐(1m91·91kg) 같은 중앙수비수들은 ‘인간 방파제’처럼 우선 체격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압도한다. 셋째, 공격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인다. 기본적으로 축구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골을 먹지 않으면 지지 않는 경기이기도 하다. 상대의 수비를 뚫지 못하면 팀 전체가 초조해지고 실수를 범할 확률도 높아진다. 수비 축구는 상대를 이런 식으로 몰락시킨다.
축구의 묘미는 골 넣는 데 있지만, 이런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주목해보면 또 하나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비수들의 진정한 가치는 TV 화면 밖에서 평가된다. 공을 쫓는 중계 카메라가 잡을 수 없는 공간에서 수비수들의 일당은 매겨진다는 소리다. 따라서 수비 축구의 위대함을 체험하려면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 에콰도르와 대결하는 이탈리아가 그 좋은 예이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적극적인 공격축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지만, 공격의 기반은 결국 견고한 수비에 있을 것이다. 골이란 절대 명제를 통해 축구의 아름다움은 증명된다. 하지만, 홍명보가 왜 각광받는지, 또 공격수들을 철통 방어하는 수비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최준서·스포츠사이트 후추 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