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월드컵 E조 독일-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첫 골을 넣은 뒤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하고 있다.


몸을 날릴 때마다 골 네트는 출렁였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4)는
일본 삿포로 경기장에 2002 월드컵 최초의 해트트릭 주인공으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세 골 모두 헤딩으로만 이뤄진 '머리의
예술'이었다. 클로제의 헤딩 해트트릭은 월드컵 사상 두번째. 첫번째
헤딩 해트트릭은 1990년 체코의 토마스 스쿠라비가 코스타리카와의
경기(4대1 승)에서 기록했다.


전반 20분, 왼쪽 사이드 라인에서 미하엘 발라크가 페널티 에어리어로
센터링을 띄웠다. 그라운드에서 한 번 바운드를 일으킨 공은 준비하고
있던 클로제의 머리로 정확하게 다가왔고, 그는 선 자리에서 방아 찧듯이
몸을 날렸다. 골 네트가 출렁였다. 첫 골이 터지는 순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비수들은 넋을 잃고 그의 머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5분 뒤인 전반 25분. 찰떡 궁합 발라크가 다시 왼쪽 사이드라인을
치고 들어가면서 센터링을 올렸다. 이번에는 직접 날아오는 공. 클로제는
몸을 솟구쳤다. 그의 이마를 떠난 공은 빨랫줄처럼 골 네트에 꽂혔다. 첫
골을 넣고 펄쩍 뛰어올랐던 클로제가 이번에는 양 손을 땅에 짚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클로제의 심장뿐만 아니라, 삿포로 경기장을
찾은 모든 축구팬들이 해트트릭에 대한 기대로 들썩였다. 기록의 순간은
후반 24분. 미드필더 베른트 슈나이더가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공을
띄웠다. 클로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하늘로 솟구친 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관객들도 벌떡 일어섰다. 클로제의 몸이
그라운드에 내려온 순간, 골은 이미 골 네트에 도착해 있었다. "클로제!
클로제!". 삿포로 경기장이 독일 국기로 펄럭였다. 이번 대회 최초의
해트트릭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1m82, 74㎏의 단단한 체격. 올해 나이는 겨우 스물넷. 지금까지 A매치
12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독일
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하는데도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2001년 3월 24일
열린 대 알바니아 전과 나흘 뒤 벌어진 대 그리스 전에서 결승골을 기록,
전차군단 독일의 특급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소속팀은
카이저스라우테른. 2000-2001년과 2001-2002년 시즌 소속팀에서 각각
9골과 16골을 기록,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등번호 11번을 가리키는 클로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의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