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푸른 눈 금발 미녀가 외톨이인 내게 온갖 미소와 친절을
베풀어주고, 감격과 황홀, 두근두근 가슴으로 밤잠을 설친다.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하루에 서너 번씩 그 은행을 찾는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
미소가 나의 독점물이 아닌, 모든 고객의 공동 소유임을 알았을 때,
억장이 무너지고….

내 미국 유학 시절의 에피소드이지만, 실은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이다.
월드컵 외국 손님들이 몰려온다. 서양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늘
'하이!' 인사와 웃음에 윙크까지 곁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실없거나 정신나간 사람 취급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최소 17번은 웃는다고 심리학자들이 말한다.
사실, 웃음만큼 쾌속 효과를 주는 것도 없다. 내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면, 학생, 강사, 직원들도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싱글벙글. 그런
날은 모두가 날아갈 듯 경쾌한 움직임이다. 그리고 네꺼 내꺼가
'우리꺼'로 바뀐다. 반면에, 일그러진 표정은 침체와 고독의 하루가
된다. 하지만,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웃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다짐한다. '하루에 적어도 17번은 꼭 웃겠다'라고.
웃음이 나지 않는다면 웃음거리를 빌려서라도 '프하하!'를 외치겠다.
최악의 경우엔, 영어를 못 알아들었을 때 눈치로 위기를 모면하는 한국인
특유의 말없는 잔잔한 미소라도 지을 것이다. 행여 작심삼일 될까봐, 이
글을 오려서 책상 앞에 딱풀로 확실히 붙여놓고 무섭게 실천할 것이다.

( 이익훈·한양대 겸임교수·영어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