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경기 옥외전광판 중계에 거액을 요구해
길거리 응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개막을 앞둔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불상사다. 도대체 우리 조직위원회와 축구협회는 일을
어떻게 했기에 뒤늦게 이런 사태를 빚는지 한심하다. 광화문 일대를
비롯한 거리응원은 경기장 못지않은 시민축제다. 그런데 중계료 문제로
전광판 중계를 못한다면 시민들은 작은 행복마저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묶어 6000만달러(약 770억원)의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FIFA는 이 액수가 공중파와 위성·케이블 TV에 관한
것이므로 대형 전광판이나 멀티비전 등을 동원해 집단시청할 경우에는
별도의 중계권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드컵은 FIFA가 모든 권리를
행사한다. 그렇다면 조직위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별도의 협상을 했어야
했다.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부르는 게 값이 되어도 할말이 없게 된 것이다.
FIFA가 요구하는 전광판 중계료는 한국전은 경기당 5000만원, 전체경기는
5억원이라고 한다. 서울의 몇몇 구청은 울며 겨자먹기로 중계료를 감수키로
했으나, 일부 지자체는 중계료를 마련치 못해 야외 중계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심의 전광판에는 턱없이 높은 중계료를 요구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중계료 부담으로 방영을 포기하면 시민들의
거리응원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시점에서 대응방안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옥외중계가 상업목적이
아니고 공공의 시민문화라는 점을 FIFA에 강조하고 중계료를 낮추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응원의 명소가 된 도심의 전광판 중계료를 축구협회나
조직위 또는 기업들이 대납해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방안이다. 아무리
상업성에 물든 월드컵이라지만 때아닌 중계료 사태로 시민들의 분통을
터뜨려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