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마추어 차례다ㅡ." 오는 2일 일본의 기후(岐阜) 현 다카야마
시에서 개막될 제24회 세계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앞둔 우리 바둑계의
분위기다. 올해 한국 대표로 출전할 홍맑은샘(20) 7단도 허리띠를 조인
채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아마추어 차례'란 무슨 뜻인가. 한국 바둑의 최근 성적표를 한번
훑어보면 곧바로 답이 나온다. 가장 최근인 5월초 베이징서 벌어졌던
TV아시아 선수권대회선 한국 선수 3명이 상위 세 자리를 독점, 집안 잔치
끝에 이창호가 우승했다. 국제 대회를 휩쓸고 있는 한국의 15번째 연속
제패 무대였던 이 대회가 끝나자 중·일 관계자들은 "속기(速棋)도 한국
기사들의 놀이터"라며 탄식했었다는 후문.
그런가하면 지난 3월 말 열렸던 제1회 하오줴(豪爵)배 여자선수권서는
윤영선 박지은 등 2명의 한국 기사들이 결승을 펼친 끝에 윤영선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 연말 광저우(廣州)서 거행된 한·중 신예
대항전에선 한국이 6승 4패로 첫 패권을 장식했다. 나이, 성별, 제한
시간을 불문하고 한국 바둑이 지구촌을 온통 점령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눈 길을 아마추어 쪽으로 돌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아마추어
각국 최고수들의 정면 승부 무대라곤 바로 이 세계 선수권대회가
유일한데, 현 챔피언은 작년 23회서 우승한 중국의
리다이춘(24·李岱春)이다. 그 전해(22회) 우승자는 일본의
사카이(坂井秀至). 한국은 22회때 홍맑은샘이, 23회 때는 고근태 선수가
나가 각각 3, 4위에 그쳤다.
한국이 이 대회를 제패한 기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97년까지 매번
둘러리에 그치다가 98년(20회)과 99년(21회) 때 김찬우, 유재성 선수가
잇달아 우승한 것. 둘은 그 공로에 대한 보상으로 프로 진출을 허가받아
현재는 나란히 二단으로 활동중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아마추어
부문은 한국 바둑의 유일한 취약지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올해 이 대회 정상에 복귀, '한국 바둑 천하 통일'을 이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낙관과 비관 어느
쪽도 아니다. 최근 각국 최고수들 간의 격돌 기회가 거의 없었던데다,
우승권 국가 대표들의 얼굴들 마저 크게 바뀌었기 때문.
한국 대표 홍맑은샘 7단은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프로를 지망하다가 만
15세때 자퇴, '영원한 아마추어'를 선언한 특이한 존재다. 아마 바둑계
진출 후 5년간 크고 작은 대회 15개를 제패하면서 국내 아마 간판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2년 전 22회 세계선수권서 3위에 머물 당시
전적은 우승자 사카이에 져 7승 1패.
올해도 가장 강력한 경쟁국은 역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에선
장수(江蘇)성에서 바둑 코치로 생활하고 있는 후리(付利·28) 6단이
나온다. 전국 만보(晩報)배 대회서 전년도 우승자 리다이춘에 이어
준우승을 거두고 중국 대표로 결정됐다. 23년간 중국이 총 13회나 이
대회를 지배해 온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대표 기쿠치(菊池康郞)는 올해 73세의 노장. 그러나 지난 해 9월
선발전서 막강 젊은이들을 연파하고 이 대회서만 네번째 일본 대표에
뽑혀 주위를 경악시켰다. 꼭 10년전인 14회(92년) 대회때는 한국의
이용만 선수를 따돌리고 세계 정상에 섰고, '아마 10걸전'에선 총 9회
우승해 일본 최다 기록도 갖고있다. 최고의 사설 도장인
녹세이(綠星)학원을 이끌며 기대주 야마시타(山下敬吾) 七단을 배출하는
등, 경이적 바둑 인생을 살아온 인물.
북한에선 이봉일(22) 7단이 출전한다. 평양 출신인 그는 3년전인 21회때
한 차례 나와 3위를 마크했으며 올해 다시 선발전을 통과했다. 북한은
91년 첫 출전서 9위에 오른 것을 시발로 문영삼(19회 3위), 박호길(22회
준우승) 등이 호조를 보여와 이번에도 다크 호스로 평가된다. 대회
방식은 총 8라운드의 스위스 리그 시스팀이며 덤은 5집 반, 우승자에겐
8단 면장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