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본부가 9·11 테러를 사전에 분쇄할 수도 있었던
조치를 취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음을 지적하는 내부 서한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6월3일자)에 보도됐다.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여성 요원인 콜린 로울리(Rowley)가 로버트 뮬러(Mueller) 국장에게
지난주에 보낸 13페이지 짜리 이 서한은 FBI에서 비밀로 분류됐다.
그러나 로울리는 이 서한을 뮬러 국장에게 보낸 것 외에 워싱턴을 방문해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2명의 의원들에게도 직접 전달했다.

로울리는 이 서한에서 FBI 본부가 9·11 직전 테러범 자카리아 무사위의
컴퓨터와 소유품들을 조사하고 도청할 수 있는 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허가를 내달라는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9·11 테러 공범으로 기소중인 유일한 인물인 무사위는 작년 8월
불법체류로 체포됐으나 제대로 수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9·11이 터진
이후에야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로울리는 이 때문에 몇몇
FBI 요원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나 공작원임에
틀림없다는 농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로울리는 또 FBI가 다른 정부기관들과 무사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으며, 무사위가 비행훈련을 받았다는 증거를 비행학교에
등록돼 있는 중동출신 학생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피닉스 지부의
보고와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로울리는 "우리는 9·11 이전에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테러리스트들
적어도 한두명 이상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울리는 "피닉스, 미네아폴리스, 파리 연락사무소 등은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포착됐던 테러리스트 위협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훌륭하게 대응했다"면서 "FBI본부의 관료주의에 대해서는 같은
말(훌륭하다는 평가)을 할 수 없으며, 당신네들이 그것(관료주의)을
확대하려 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로울리 요원에 대해 모든 다른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솔직하게 진실을 얘기하는 인물이라고 평하면서 편지 내용을 타임지
인터넷판(TIME.com)에 전문 게재했다. 은퇴를 2년반 남겨둔 로울리는 FBI
뉴욕지부 변호사, 미네아폴리스 지부 자문관과 대변인 등을 지냈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FBI를 열망, 대학 졸업후 줄곧 FBI에
몸담았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