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의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뒤죽박죽이란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음식으로 치면 잡탕찌개다. 그것도 메인 재료없이 온갖 좋다는
것들을 집어넣어서 끓인…. 이렇게 되면 오히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먹기 괴로운 음식이 되기 십상이다.

정치는 정책의 기준이 있고, 철학의 기본이 있어야 한다. 메인 재료에
해당하는 뚜렷한 소신 속에서 나머지 것들을 그에 걸맞게 걸러내고
융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 그 중에서도 유력 정치인들의
행보는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정책의 방향도 태도도 일관성이 결여된
느낌을 자주 주고 있다.

한 유력 정치인은 3김 청산을 내세우면서도 그들 중 일부와 연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이 보이고 있다. 또 그는 대권을 잡을 경우
청와대에 있는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청와대가 불행한
권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어떤 면에선 그런 공약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무실만 옮긴다는 것은 최고
지도자의 낮살림과 밤살림이 다른 꼴이니 여간 우스꽝스런 모양새가
아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묘자리를 옮겨서 안 풀리는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지도자들의 신념이 워낙 쉽게
흔들리다 보니 집무실 이전 공약조차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터가 드세다'고 설파한 한 스님의 예언서 때문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워 폭넓은 공감을 받았던 또 다른 유력 정치인 역시
3김 중의 한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바람에 자신의 지지자들 중에도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정치인은 국가보안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쪽이었으나 지금은 폐지 대신
대체 입법쪽으로 현실화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뜻에 맞춰 변화할 수는 있지만, 소신이나 신념이 결여됐다는
인상은 주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그 소신도 집권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소신이 아니라 진정한 정치적 소신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 柳惠景·36·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