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중소형 포유동물로, 한때는 우리나라 농촌
환경을 대표하는 동물이었다. 그러나 농촌 근대화를 위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야생동물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
여우는 1960~70년 농촌지역에서 쥐를 없애기 위해 쥐약을 대량
살포하면서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쥐약 먹은 동물들의 사체를 다시
여우가 먹어 절멸하게 된 것이다.

여우는 자연 생태계의 죽은 동물들을 주로 먹어, 자연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우의 무리가 야산
무덤가에서 주로 노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무덤을
파헤쳐 인간의 시신을 먹는 나쁜 동물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홀리거나 생명을 해치는 해로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지금도
매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각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우리 조상들 삶
속에 녹아있는 여우의 설화나 전설 등을 납량특집으로 다루어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해준다.

최근 이 여우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종종 나오고 있다. 지리산 일대와
경남 남해, 강원지역, 경북지역에서 여우를 직접 목격했다는 사례를
접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엔 충청도 어느 마을에 여우가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추측컨대 아직 극소수이지만 여우가 절멸 위기에서
소생하고 있다는 청신호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뛰곤
한다. 비록 열 중 여덟아홉이 잘못된 제보일지라도, 아직 이 땅의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일게다.

( 이연규·EBS 다큐멘터리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