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재벌에
대한 인식은 양 극단에서 중도를 향해 이동해 왔다. 이 후보는
'우호적' 입장에서 IMF위기를 거치며 '상대적 긍정'으로, 노 후보는
정치권 진입 당시 '적대적'에 가까운 입장에서 90년대 후반 이후
'비판적' 입장으로 각각 변화됐다.
◆이회창 후보:우호적 상대적 긍정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재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이라면 일단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척결돼야 할 편협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96.7), "대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기업의 몸집이 더 커질 필요까지 있다.
정부는 기업이 대외지향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경제력 집중 규제는 푸는
등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97.11)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IMF 위기를 불렀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한"
규제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기 시작했으며(97.12), 현 정부 들어선
'DJ정권과 부실재벌' 간의 정경유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의 현재 입장은 "잘 하는 재벌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고,
부실재벌은 과감하게 퇴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무현 후보:적대적 비판적
노 후보가 정치권에 진입한 80년대 말 재벌 관련 발언은 다분히
적대적이다.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재벌총수와 그 일족의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서 노동자에게 분배하자."(88년 7월 8일 대정부 질문),
"재벌과 독재권력은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들, 노동자, 농민, 영세
상공인, 도시 서민 등 민중을 못살게 구는 존재다. 재벌에 피해 보는
것은 민중만이 아니다. 중소상공인도 재벌이 독점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전가의 구조 속에서 피해를 당하게 마련이다."(89년 1월 일터 기고문)
노 후보는 그러나 98년 11월 월간 윈과의 인터뷰에선 "문어발적으로
뻗어 있는 주식을 전부 정리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혁명적 정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두들겨 잡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틀 속에 편입시키는 것" 등 과거보다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또 최근 내놓은 경제 종합답변에선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공로는 매우 크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벌은
정경유착이라는 특혜를 통해 성장했다', '재벌개혁 없이는 장기적
경제발전은 어렵다'는 기본 인식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