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월드컵 기간 중 정쟁(政爭) 중단'을 얘기한다고 해서
그것을 곧장 김홍업씨 수사의 속도조절로 연결시키려는 듯한 검찰의
분위기는 이해할 수 없다. 월드컵과 수사 사이에 아무 상관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하물며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 본연의 업무가 정쟁의 소재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김홍업씨 소환을 월드컵 이후로 미룬다는 대검 중수부장의 지난 주말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검찰은 얼른 불을 끄고 나섰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수사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요란하지 않게'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국민 중에 악취 가득한 비리 뉴스로 모처럼의 잔치가
엉망이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뜻에서 우리도 '요란하지
않게'라는 검찰의 충정 자체에 이론(異論)을 달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이 요란하지 않은 정도를 넘어 '지지부진'으로 흐를 위험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정권의 핵심부와 검찰
일각에서 '김홍업씨 불구속 처리'가능성을 슬쩍 흘린 기억이 불과 얼마
전이기에 더욱 그렇다.

현재 김홍업씨 수사가 관련인물들의 함구와 치밀한 돈세탁의 장벽에
부닥쳐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증을 찾고 못찾고는 검찰의
수사 기술과 능력에 관한 문제지, 사건을 미적미적 처리하는구실은 될 수
없다. 그동안의 수사결과 김홍업씨 주변에서 이미 출처가 의심스러운
100억원대의 자금이 발견됐고, 그중 28억원이 매우 지능적인 세탁을
거쳤음이 드러났다. "깨끗한 돈이라면 무엇 때문에 세탁했겠느냐"는
물음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동시에 사건의 정곡을 찌르는 물음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권은 '정쟁'의 개념부터 먼저 명확하게 해놓고 서로
다투든 말든 해야 할 것이다. "정쟁 그만두자 해놓고 왜 김홍업 수사를
들먹이느냐"는 식의 엉터리 말장난은 더이상 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