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씨가 24일 오후 서울 성수동 2가 자신의 구두닦이 부스에서 매월 1만원씩의 기부내역이 기재돼 있는 자신의 통장을 열어보이고 있다.<br><a href=mailto:cjkim@chosun.com>/김창종기자 <

서울 성수동 2가에서 20년간 구두를 닦고 있는 이창식(李昌植·46)씨는
매달 통장에서 1만원씩을 기부운동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으로
자동이체한다.

작년 1월부터 '수입의 1%를 이웃과 나누자'는 이 재단의 '1%
나눔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올 초에야 경기도
안산에 따로 살던 노모(81)와 딸(9)을 데려와 함께 사는 이씨에게
1만원은 만만치 않은 돈이다. 힘들게 다섯 켤레의 구두를 닦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씨는 "벌이가 형편 없으면 70만원밖에 못 버는 달도
있지만 한번도 빼지 않았다"며 "1만원이 불우한 청소년에게 희망을
준다면 큰 기쁨"이라고 했다.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눔 운동'에 신발미화원,
농부, 노점상, 파산을 겪은 자영업자, 위안부 할머니 등 넉넉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0여명의 회원들이 지금까지 모은 돈은 20억여원. 재산가의 거액
헌납분이 훨씬 크지만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몫도 결코
적지 않다. 이 기금은 한부모 가정(결손가정) 아이들의 제주도 여행,
고아원 출소 청소년의 자립비용, 장학사업 등에 쓰인다. 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는 "기부정신이야말로 빈부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막고 우리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힘이 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나눔정신'이 재산가의 거액 헌납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늘농사를 짓는 농부 김광부(63·전남 고흥군)씨는 지난 1월부터 매달
자신 명의로 1만원, 아들 김유정씨 이름으로 6만원을 기증하고 있다.
아들은 지난 87년 군대에서 권투경기 도중 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착하고 공부 잘했던 유정이가 살아 있었으면 나눔운동에 동참했을 것
같아 그 놈 이름으로 기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김씨가 매달 아들 앞으로 나오는 연금을 기금으로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빚보증을 잘못 서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재기한 뒤 월 6만~7만원씩을 내고
있는 식당 주인 이호광(40)씨는 "파산의 아픔을 겪으면서 나눔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식당 손님들에게도
나눔운동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됐다.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겪은 김군자(77) 할머니는 평생 모은 5000만원을
장학사업에 내놨다. 울산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박음자(여·50)씨는
수입이 모자라 현금 대신 멸치 한 상자를 재단에 보낸 적도 있었다. 이
멸치 상자는 다른 회원이 30만원을 기증하고 사갔다.

김병선 모금팀장은 "경제적 빈부(貧富)를 떠나 작은 정성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