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믹 액션 영화들.맨 위는 7월 개봉예정인 ‘라이터를 켜라 ’,2 ·3 번째는 최근 제작에 들어간 ‘도둑맞곤 못살아 ’아래는 현재 상영중인 ‘4발가락 ’,

"2002년 전반기식 한국형 코미디 영화 제작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 일단 극도로 유치찬란하고 엽기적이고 웃기는 제목을 붙인다.
둘째, 스토리와 디테일도 최대한 황당무계하고 치졸하게 한다.(예를 들면
코딱지를 후벼내 던지는 식 같은게 아주 좋다.) 셋째, 주역배우론 무조건
한창 뜨고 있는 사람을 쓴다. 탤런트든 가수든 가리지 말라."

이런 냉소적 우스개가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로 요즘 충무로 오락
영화들이 '유치찬란 코믹액션' 일변도로 몰리고 있다. 현재 개봉한
호남판 조폭 코미디 '4발가락'은 조폭이란 식상한 소재를 무슨 신기한
연구대상이나 되는 것처럼 다루면서 말끝마다 '이 ×할 눔아'라는
육두문자까지 필요 이상으로 뱉어 짜증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시사회에서 혹평이 많자 영화를 재편집해 다시 시사회를 여는 '진짜
코미디'를 빚어내기도 했다.

상영중인 영화들 뿐 아니다. 제작중인 영화들을 살펴보면 '황당
코미디' 편식은 점입가경이다. 우선 너무 많다. 대충 손가락으로
꼽아봐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꼭 1년전 이맘 때 영화 '친구'는 모든
외화들을 누르고 한국영화의 시대를 만개시켰지만, '조폭' 영화 변종인
'조폭마누라'류의 코믹액션이 히트하자 많은 영화업자들이 너도나도
'그게 그것 같은' 삼류 건달 코미디로 한탕을 노린다. 이 영화들은
제목부터 '일단 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뚫어야 산다'
'도둑맞곤 못 살아' '가문의 영광'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2424' '내사랑 싸가지' '꼼짝마! 경찰이다!' '라이터를
켜라'…. 차라리 '보스상륙작전' '굳세어라 금순아' '긴급조치
19호' '서프라이즈'같은 건 평범해 보인다.

이 영화들이 대중에게 내건 캐치 프레이들도 가관이다. '단지들고 절라
뛰는 돌발 코믹 액션' ('2424') '2차는 안나가는 여경찰 나가요와
술값을 달아놓으려는 검사 손님과의 좌충우돌
해프닝~'('보스상륙작전') 같은 알쏭달쏭, 유치한 표현들이 영화의
성격과 수준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코믹액션들이 밝힌 내용들은 기발한 것과 황당한 것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든다. 검찰과 경찰이 룸살롱을 위장 개업해 조직폭력배
소탕에 나서는가 하면 (보스상륙작전), 마약밀매단을 소탕하려고
검사들이 이사짐센터 직원으로 가장해, 단순무식 건달과 맞장승부를
벌이고('2424') 일회용 라이터를 찾기 위해 열차 안에서 건달과 백수가
맞선다. ('라이터를 켜라') 싸구려와 황당함도 다듬어지면 영화적이
되지만 이런 기획 영화들 속에 과연 키치적 미학이나 페이소스가 끼여들
틈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 하도 여러군데서 비슷비슷한 영화를 만들려 하다보니 배우 찾기도
힘들다. 결국 탤런트든 CF출신이든 가수든 조금만 뜨는 스타는 무조건
잡는다. 정준호, 유동근, 윤다훈, 김정은, 정웅인, 전광렬, 가수 김민종,
김장훈 등이 영화하느라 바쁘고 어떤 탤런트는 두어 편에 겹치기로
캐스팅됐다. 마약복용혐의로 눈총 받던 탤런트 성현아도 코믹액션
여주인공이 된다. 조희문교수(상명대)는 "이러다 미국의 짐 캐리 주연
영화속 화장실 유머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코미디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리기보다 자극의 강도만 높이다 보면
관객들도 '자극 인플레이션'에 빠질수 있고, 그것은 영화
제작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어려운 조건이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