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婦唱夫隨)’에서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예년과는 반대 커브를 긋고 있지만 아내 루이(아래)와 남편 장주주 ‘세계 최강 커플 ’의 부부애는 여전하다.

아내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대신 남편이 훨훨 날고 있다. 세계 최강의
'바둑 커플'로 자타가 공인하는
장주주(江鑄久·40)-루이나이웨이(芮乃偉·39) 九단 부부 얘기다.
장주주는 올들어 12승 5패(승률 70.6%)로 99년 봄 한국 정착 이후 최고의
승률을, 루이는 5승 5패(50.0%)로 최악의 부진을 각각 기록중이다.
바둑계에선 어느새 "장주주가 '루이의 매니저'이던 시대는 지나고
이젠 루이를 '장주주의 아내'로 불러야 할 때가 왔다", "부부가 임무
교대에 나섰다"는 등의 우스개가 나돌기 시작했다.

루이 九단은 한국 진출 첫 해인 99년 33승 6패, 84.6%의 승률로 그 해
170여 한국 기사들 가운데 승률 부문 1위를 기록했던 여걸. 그 이듬해엔
조훈현을 꺾고 국수에 등극, 남녀 혼성 기전을 제패한 세계 첫 여성이자
국내 정상을 정복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기록됐다. 그녀의 활약은 그
후에도 계속돼 흥창배 동방항공배, 그리고 여류 국수와 여류 명인전 등
국내외 여류 타이틀을 완전 휩쓸었다.

그런 루이가 어쩐 일인지 지난 해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국수위서 물러난 뒤 리턴매치에서도 실패했다. 올해 여류
명인을 방어하긴 했지만 혼성 기전에선 5할 승률을 유지하기가 벅차
보인다. 이번 봄엔 전에 없던 치욕의 4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편 장주주의 성적 커브는 이와는 정 반대. 99년 이후 5, 6할대 승률에
머물러 오다가 올들어 대폭발을 시작했다. 국제 대회인 제7회 LG배에선
쟁쟁한 강호들을 제치고 본선에올라 친형 장밍주(江鳴久·45)와 화제의
한 판을 장식하더니, 최근 벌어진 21기 KBS 바둑왕전에선 19기 우승자
목진석 六단을 일축하고 승자 4강에 올랐다. 국수전에선 한 판만 더
이기면 본선에 올라 "작년에 내 아내를 울렸던 사람이 누구야?"하며
뛰어들 참이다. 막강하다는 한국의 10대 정예들을 연파해가는 기세가
하늘이라도 덮을 것 같다.

이 돌발적(?) 상황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 하나는 장주주가 언제부터
그렇게 강해졌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루이의 슬럼프 원인이 무어냐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사실 장주주의 경우 '돌연변이 설'은 잘못된
것. 그는 84년 벌어졌던 중·일 슈퍼대항전서 파죽의 5연승으로 중국의
우승을 선도했고, 제1회 잉씨배와 제1회 LG배서는 연속 8강에 들었을
만큼 알아주는 강자였다. 요즘도 매년 출전해 온 북미(北美) 선수권서는
내리 6연패(連覇)를 기록중이다.

다음은 루이의 슬럼프 부분. ▲전투 일변도의 기풍이 한계를 맞았다 ▲한국
젊은 층의 급성장으로 자신감을 잃었다 등 여러 추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론 그녀가 몸이 워낙 약하고, 여기에 최근 중국 나들이 기회가
잦아지면서 결정적으로 리듬을 잃었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지금도
상하이(上海)에 머물고 있는 그녀는 6월 초에나 돌아올 예정.

올해 중국 베이징 하이디엔(海淀)이란 이름의 을조 팀과 계약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을조 팀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해 왕복 교통편을 자비
부담시키는데, 선수 입장에선 경비를 줄이려고 더 값싼 항공편을
끊다보니 한층 녹초가 되고있는 것. 이에 반해 체력이 좋은 장주주는
갑조 허베이(河北) 팀에서 뛰고 있다.

중국 리그 소속 팀이 별개인데다 중국, 미국 등지의 행선지도 각기 다른
적이 많아 두 사람은 요즘 꽤 자주 따로 떨어져 지낸다. 한 달이면 최소
3주는 세트(?)로 마주치던 두 사람을 요즘엔 한국기원 근처에서 발견하기
힘들어진 이유다. "우리 와이프는 천하의 이창호에게도 앞서 있는
실력(통산 3승 1패)이니 머지않아 다시 옛날 솜씨를
되찾겠지요."(장주주) "오빠는 원래 나보다 강자에요. 타이틀까지 손에
넣었으면 좋겠어요."(루이나이웨이). 제 앞에 놓인 큰 승부는
아랑곳없이 여전히 '매니저 체질'인 남편, 부군의 승승장구에 고무돼
'내조'를 의식하기 시작한 아내. 중국 출신 '최강 커플'의 올해
'행마'가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