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북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전세계로 울려 퍼집니다. 바로
월드컵 개막식에서요."

구리시 사노동 '우리북 제작소'. 31일 월드컵 개막식 때 쓰일 쐐기북
600여 개가 90평 작업장에 가득하다. 7m 높이의 천장까지 쌓여있는
북들이 금방이라도 '둥둥둥' 소리를 내며 온 천지를 진동시킬 기세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아들들을 부둥켜안고 좋아하셨을 것을…."
4대째 전통북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윤종국(42·전통북 조교),
윤신(40·조교), 윤일권(38·이수자), 윤권(36·이수자)씨. 이들 4형제는
올 1월 세상을 뜬 부친 고(故) 윤덕진(尹德珍·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북메우기 악기장) 선생의 뒤를 따라 '전통 북'을 만들고 있다.
20년 전부터 이들의 매형 김연수(50)씨도 북 제작을 거들어 총 5명이
'소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윤씨 가문이 만든 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판소리 고수들이 두들기는
소리북, 농악에 쓰이는 줄북, 용 문양이 그려진 용고(龍鼓) 등 종류도
15가지가 넘는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웅장하게
장식했던 직경 150㎝의 용고, 청와대 앞에 있는 직경 160㎝의
문민고(文民鼓)도 윤씨 가문 작품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곳 '우리북 제작소'는 북소리 조율로
조용한 날이 없다. 제대로 북을 만들 장소를 찾으러 30여 년 전부터
서울·인천 등 20군데가 넘게 장소를 옮긴 끝에 작년 9월 이곳 작업장에
둥지를 틀었다.

"5명이 힘과 기술을 다 모아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요. 버려지는 북도
많고…."

부친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이들은 아직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춘향목·육송·오동나무·물푸레나무 등을 이용, 북통의 지름이
36㎝인 소형북에서 180㎝인 대형북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다. 큰
북이 탄생하려면 길게는 3년 동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나무를
말려야 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햇볕을 너무 강하게 쐬거나
습기를 많이 먹어 나무를 버릴 때도 많다.

가죽을 북통에 씌우는 북메우기는 북의 소리를 좌우하므로 가장 힘든
작업. 3~5년생 한우 가죽을 말린 후 북통 양쪽에 씌우면서 소리의
음(陰·둔탁한 소리)과 양(陽·경쾌한 소리)을 잘 맞춰야 한다.

'우리북 제작소'는 9월쯤 다시 짐을 꾸릴 계획이다. 오랜 꿈인 '북
전수관'을 만들려면 더 큰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 "북 소리를 깨닫기
위해선 30~40년이 걸립니다. 먼저 저희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북 만들기 5대'는 꼭 이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