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밖을 우두커니 내다보다 엄청난 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창 밖으로 제비가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제비다! 살아 있는 제비야!
나는 외치지는 않았지만 온몸이 놀라움에 젖어 어찌할 바를 몰랐고 한참
멍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 충격을 오래도록 기억해 두려고 종이에
이렇게 썼다.
살아있는 제비! 그렇다. 제비가 살아서 날개를 치며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가고 있었으니 얼마나 큰 놀라움인가. 그게 무슨 놀라움이냐고
웃을지 모르겠으나 세상 어딘가에는 해와 달을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 제비와 마주친 이후로 나는 제비뿐만
아니라 비둘기, 까치, 참새를 봐도 놀란다. 물론 그때처럼 크게 놀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적의 시간 (로버트 맥클로스키 글·그림, 문학과지성사)은 자연이
베풀어놓은 놀라움들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놀라움이기도
하다. 그 놀라움의 장엄한 목록을 작성해 보면 이러하다. 바다가 있다는
것, 파도가 있다는 것, 섬이 있다는 것,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있다는 것, 햇볕에 따뜻해지는 바위들이 있다는 것, 조개, 따개비, 물개,
돌고래, 청어가 있다는 것, 바닷가재 그물을 끌어올리는 아저씨가 있다는
것, 별이 있다는 것, 폭풍과 달빛이 있다는 것, 인디언의 조개더미와
해변으로 밀려온 해초가 있다는 것, 그리고 즐거워서 소리 지르며 물에
뛰어드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왜 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있는 것'들에 전혀 놀라지 않고서도
우리는 충분히 살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있는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들이다. 그림을 보라. 보는 당신에게 눈이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눈의 신비이며, 오늘이 바로 오늘의
놀라움이다.
( 최승호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