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 스님이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대화 모임을 갖고 있다.<a href=mailto:join1@chosun.com>/조인원기자 <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 베스트 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玄覺) 스님이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초청돼 예비 목사들과 대화 모임을 가졌다.

부처님오신날을 나흘 앞둔 15일 오후 6시30분 서울 수유리 한신대
신학대학원 효촌관 2층 세미나실. 100명이 넘는 목사 후보생들이 ㄱ자
모양의 방을 가득 메운 가운데 현각 스님(경북 영주 현정사 주지)은 작년
9·11 테러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을 일으킨 알 카에다 전사(戰士)들은 테러 직전 현장에 기도서를
남길 정도로 독실한 무슬림이었습니다. 또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하나님
덕분에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연설했습니다. 양자 모두 신앙의 힘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순교자' 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대규모 종교
전쟁을 낳았습니다."

현각 스님은 이제 종교 갈등이 가장 큰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90%가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아일랜드·스리랑카·인도·파키스탄 등을 예로 들며,
상대방을 자기와 동등하게 인정할 수 있는 종교적 관대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자신도 지하철에서 열성적 개신교 신자가 '미국
사람이 왜 예수님을 안 믿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곤욕을 치뤘다고
소개하며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질의 응답이 시작됐다. 개신교 중 타 종교에 가장 개방적이고
유연한 기장 교단의 신학교이지만 날카롭고 때로 적대적이기까지 한
질문이 쏟아졌다. "9·11 사태는 강대국과 퇴폐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약소 민족의 저항으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각 스님은
"그런 측면도 있지만 나는 종교인으로 종교 갈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대답했다. "당신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말 장난에 그치는
것 아니냐. 죽음 다음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공격에는 "내
말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경험에 주목하라. 나는 순간만 안다.
죽음에 대해서는 내가 죽을 때 물어보라"고 반격했다.

"기독교 신자일 때는 꿈에 하나님이 보였고 지금은 부처님이
나타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그런데 하나님과 부처님이 똑같이
'나에게 집착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응수했다. "인간은 왜 존재해야
하느냐, 최고의 사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심각한 질문을 만나자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 이유는 없다. 자기 책임 하에 순간순간 찾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대화하는 당신을 사랑한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불교(禪佛敎) 식으로 대응했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던 현각 스님은
성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답변에 적절히 이용했다. "20년 후 깨달음이
지금과 다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신약성서
관련 문헌의 하나인 토마스 복음에 보면 예수님은 '마지막 날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너는 처음에 대해 아느냐'고
되물었다. 인간은 미래나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산다"고 응답했다.

이날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불교와 기독교의 상호 인식이었다. 현각
스님은 "내가 처음 머리를 깎았을 때 어머니는 '왜 개종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에게 불교와 기독교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이라는 말 자체가 싫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지이지 이정표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초청자인
한신대 우리신학회 지도교수 김경재 크리스찬아카데미원장은 "현각
스님의 말을 들으며 불교와 기독교라는 교리와 전통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