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있을 지방선거에 구의원으로 출마하는 전 황신혜 밴드 멤버 조윤석씨.본업이 상상가라는 조씨는 “홍대 앞 문화의 생산자들을 체계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일을 하고 싶다 ”고 말했다.<a href=mailto:krlee@chosun.com>/이기룡기자 <

1990년대 후반, 이름도 이상한 '황신혜 밴드'를 이끌고, 그만큼 황당한
제목의 노래 '짬뽕'을 발표해 '구설수'에 올랐던 조윤석(37)씨가
다음달 13일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마포구 구의원을 노리고, 최근
예비등록을 마쳤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유지하며 10여년을 버티고 있는
홍대앞 문화를 제대로 발전시켜보겠다는 이유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하겠다고 홍대 주변을 드나들었으니까, 이 곳과의
인연이 벌써 20년은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대·연대 앞이나 강남의
문화와는 또다른 게 홍대 앞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이 소비의
거점이라면 이 곳은 분명히 문화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디자이너,
화가, 밴드 등 문화의 생산자들을 체계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의 월드컵 준비 행사를 포함해, 홍대 앞을 배경으로 삼았던
여러 문화활동을 위해 구청과 접촉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적어도 홍대 앞 얘기라면 '내가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자신감이었고,
그같은 전문성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는 "구 차원에서 문화회관을 짓는다고 할 때 현장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의 노하우를 여러가지로 반영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얘기를 들려준다.

"그 한적한 바닷가 시골과 대규모 국제 영화제가 그렇게 어울릴 건 또
뭐가 있겠습니까? 누군가 상상력을 가지고 그런 행사를 만드니까 칸이
영화의 도시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상상력…. 그 쪽이라면 조씨도 할 말이 꽤 있다. '황신혜 밴드' 활동을
즈음해 냈던 영어 무가지 '로그인 서울'이 그의 작품이었고, 이후
지도와 잡지를 '짬뽕'한 맵진(Map-zine) '홍대앞'을 만든 것도
조씨였다. 아트선재센터에서 공연기획실장을 했고, LG 계열의 젊은이
잡지 '카이'에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MDM이라는 월간
음악잡지를 발행하는 ㈜상상력개발의 대표. 누가 물으면 "그냥 작은
출판사 하나 경영하고 있습니다"라 대답하며 웃고 말지만, 본업은
'그냥 상상가'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러나 상상력만으로 구의원을 꿈꾸고 활동해서야 되겠는가? 그는 요즘
마포구청 바로 뒤 성미산을 가끔 올라가는데 그 곳에서 환경과 개발의
싸움을 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조씨는 "관공서에선 산 깎고 다듬어
체육시설 지어준다며 개발 논리를 내세우지만,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러다 보면 용도 변경되고 건물
들어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는 28일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나면 그는 2주간 선거운동이란 걸
해야 한다. 그래봐야 최근 구입한 자전거 하나 타고 선거구를 돌며
얼굴을 알리는 수준이 될 지 모르겠지만…. 함께 문화활동을 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잘 될까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지역구민이 아닌 친구들이 많고, 또 재미있겠다고는 말들을
하는데 당일날 일찍 일어나서 투표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