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베컴이 안나온다고."
'천방지축' 이천수(21·울산)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는 21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벌이는 잉글랜드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발등 부상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사실 이천수는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뒤 당당히 유럽 무대로 진출하겠다는 다부진 야망을 밝혀왔던 그로선 잉글랜드전이 자신의 존재를 유럽에 알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찬스였다.
베컴은 축구공 하나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꿰찬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최고 인기 스타. 평소 이천수는 "나의 영원한 우상이자 유일한 경쟁상대는 베컴 뿐"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리그를 모두 제쳐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최종 목표로 삼았던 것도 베컴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런 베컴이 평가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니 이천수로선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던 것. 특히 베컴은 잉글랜드의 오른쪽 날개를 맡고 있어 만약 이번 평가전에 나섰다면 한국 대표팀의 왼쪽 날개인 이천수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유럽에서 명문 클럽의 스카우트들이 대거 몰려올 게 확실한 일. 스카우트들의 눈앞에서 베컴을 '희롱'하려던 그의 꿈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만나는 기자들마다 "베컴이 정말로 오지 않느냐"고 다시 되묻는 이천수는 아쉽다는 듯 연방 입맛만 다셨다.
< 부산=스포츠조선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