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6시 서울 신촌 연세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이 거리의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가 길을 건너는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이화여대 쪽으로 가다 보면 가로등이나 가로수 아래 인근 가게
등에서 내놓은 박스와 쓰레기 등이 가득 쌓여 있다.
김영준(21·회사원)씨는 "늘 이렇게 더러워서 여기가 '걷고 싶은
거리'인지조차 몰랐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거리를 깨끗이 하자는
캠페인에도 여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지만, 서울시가
곳곳에 조성한 '걷고 싶은 거리'에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는 서울 시내 25개
구청이 조성한 거리가 구청별로 각 1~2곳씩 있으며, 서울시에서 98년부터
직접 조성한 거리도 20여 곳, 총 연장 29㎞에 이른다. 서울시의 경우
지금까지 19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구청측이 월드컵행사에도 불구하고
코 앞에 닥친 지방선거 표를 의식해 이들 거리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북구 참살이길 등 상황이 심각한 곳도 많다. 참살이길의 경우
일방통행로로 바뀌고 도로 양쪽을 보도로 조성했지만, 가로수 버팀목이
부러진 채 방치돼 있고, 불법 주차 차량이 보도의 절반을 막고 있는 등
기본적인 거리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 위 벤치는 인근
가게에서 바닥청소용 걸레를 널어 말리는 '건조대'로 바뀌고 거리는
쓰레기가 널려 지저분했다. 황지영(23·고려대 4학년)양은 "이 거리를
걷는 행인 누구도 걷고 싶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정개발연구원 점검에서도 이 같은 사항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서대문구 명물거리의 경우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설물이 파손된 채 방치되는가 하면 보도를 넓히기 위해 건축선을
후퇴시킨 공간이 주차공간으로 사용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로폭만 넓히고 만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정개발연구원측은 "거리
관리와 주민참여, 가로환경의 질적 수준 향상 측면에서 실질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쓰레기 방치와 노점상 난립 등 보도 공간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개선할 방침"이라면서 "불법주차 문제는
별다른 대처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