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말 러시아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키로 합의, 21세기 양국 간 전략안보의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새 군축협정 합의는 세계 양대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2차대전 이후 냉전의 대결시대를 실질적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협력관계의 시대를 연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 핵감축 협정의 내용 =양국은 현재 각각 보유하고 있는 6000~7000기의 핵탄두를 향후 10년에 걸쳐 1700~2200기 수준으로 대폭 감축키로 합의했다. 이는 현재 보유량의 3분의 2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감축되는 핵탄두가 모두 폐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은 “일부 핵탄두는 폐기될 것이고 일부는 저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노후무기를 대체하거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폐기하지 않고 저장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각자 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러시아는 감축되는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당초 상원의 비준이 필요치 않은 ‘합의(agreement)’로 하자는 주장에서 후퇴해 러시아측 주장대로 ‘협정(treaty)’으로 하는 데 합의하자, 러시아가 ‘핵 탄두 일부 저장’ 용인으로 양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 군축협정의 약사 =양국의 군축 노력이 최초로 결실을 본 것은 1972년 5월 닉슨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Ⅰ)이다. 이 협정으로 양국의 대륙간탄도탄(ICBM)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수가 당시 수준으로 동결됐다. 후속으로 79년 6월 카터 미국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 사이에 SALTⅡ가 체결됐으나, 미국 의회가 비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사문화됐다.

실질적인 진척을 이룬 것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91년 7월 서명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향후 7년에 걸쳐 보유 핵무기를 각각 6000~7000기 수준으로 낮추었다. 93년 1월 부시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STARTⅡ를 체결, 2003년까지 전략 핵무기 수를 각각 3000~3500기 수준으로 감축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96년 미 상원의 비준에 이어 2000년 러시아 의회도 비준을 하긴 했으나 전제조건을 단 것이 미국측 반발을 가져와,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 협정과 양국관계 전망 =이번 군축협정의 의미는 부시 대통령이 13일 합의사실을 발표하면서 “이 협정은 냉전시대의 유산을 청산할 것”이라고 한 말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9·11 참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양국 간 협력관계가 보다 명시적으로 도출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새로운 동반관계를 구축,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주적으로 상정한 중국을 겨냥한 군사외교 행보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양국은 또 핵무기 보유에 따른 군사비 부담을 줄여, 국방개혁과 경제성장에 몰두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부시 대통령은 핵심정책인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을 위해 정진할 수 있게 됐으며, 푸틴 대통령은 군 처우개선과 경제개선 쪽에 자금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