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투입 예산에 비해 효과가 의심스러운 신안군 섬 연결도로를 작년
정부가 국도로 확정한 것으로 최근 뒤늦게 확인되면서, 대규모
국가사업의 정책결정 과정에 심각한 맹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토정책기본계획, 물류개선중장기종합계획, 댐건설기본계획,
환경보존장기종합계획 등 막대한 세금의 흐름을 좌우하는 밑그림
결정작업은 현재 수십가지가 넘는다. 이렇듯 수조~수십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획이 정부의 특정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의 일부 인력에 의해서만
검토되고 결정되는 폐쇄적 구조가 문제라는 것.
특히 5년에 한 차례 이뤄지는 이번 국도지정 작업의 경우, 건교부는 작년
8월 관보(官報) 한쪽에 고시했음을 핑계로 사후에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노선별 사업시기를 정하기 위한 후속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뒤늦게 알게 된 지역주민, 이해단체,
환경단체 등 NGO의 반발을 사고, 결정 과정의 투명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며 "공개된 행정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정책은 공청회 없이 결론내려지고, 그나마 유일한
견제장치인 전문가 자문회의마저 형식적으로 치러지기 일쑤인 실정이다.
서울시립대 손의영(孫義榮) 교수는 "대개 용역 마무리 단계에야 충분한
자료와 시간 여유도 없이 자문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많고, 애써 반대
의견을 내놓아도 '일정이 촉박하다'며 묵살하곤 한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해 요즘엔 불러도 안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부용(申富鏞)
교통환경연구원장은 "국책연구원이 발주기관에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우니 사실상 '주문생산'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자문
절차의 강화와 함께 관료집단 스스로가 전문성을 키워 최종 결정을
내리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도 지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민·환경단체의 불만은 특히 높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徐旺鎭)
사무처장은 "시화호나 경인운하와 같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공사가
벌어지는 것은 이른바 '개발부처'들의 조직유지 논리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현실성 있고도 객관적인 결론을 얻으려면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이 의사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예산 집행의 최후 보루인 국회와
시의회가 정쟁과 지역주의 등에 휘말려 제 기능을 못하니 계획수립
단계부터 정부가 정보를 공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