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후아리스티 세르반테스 문화원장<a href=mailto:krlee@chosun.com>/이기룡기자 <

남미문화의 전령이 한국에 왔다. 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인호)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스페인 세르반테스 문화원장 혼
후아리스띠(Jon Juaristi·52)씨다.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에 비견되기도
하는 세르반테스 문화원은 스페인어권의 언어와 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1991년 스페인이 창설한 남미의 대표적 문화교류기관. 전세계 23개국
36개 문화원을 통해 4000여 개의 스페인어 강좌, 2500회 이상의
문화행사가 벌어지는 곳이다. 후아리스띠 원장은 '이카로 문학상'
'국가문학상'등을 받은 시인이면서 라틴문헌학 박사로 2000년 스페인
국립도서관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3월부터 문화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서울에 세르반테스 문화원을 설치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필리핀 마닐라 한 곳을 제외하고 그동안 아시아에는 문화원이 없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동안 문화원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교류활동을 집중해
왔다. 중국, 일본에도 아직 문화원이 없다. 역사적, 지리적 인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와 스페인의 문화교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은 전에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썼던 것이 인연이
됐다."

―북경, 동경 등 동아시아의 다른 도시도 있는데 서울을 찾은 이유는.

"우리가 문화원을 설치할 때 보는 조건은 대략 다섯가지다. 양국의
정치·외교 관계, 경제·무역 관계, 상대국의 스페인어 필요성 여부,
대학의 스페인어 학과 설치 여부, 또 관련학자의 네트워크 등이다. 이
점에서 서울은 아시아 어느 도시보다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마드리드
대학에서 스페인문학을 가르칠 때도 중국, 일본 학생은 없었지만 한국
학생은 꽤 있었다."

―얼마전 세계 유명작가들이 뽑은 역사상 최고의 작가에 50%가 넘는
지지율로 세르반테스가 선정됐는데.

"'돈키호테'는 스페인 뿐만 아니라 유럽 근대 문학의 효시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근대성이 작가들로 하여금 세르반테스를 뽑게 했을
것이다. 금전화된 세계에 대한 풍자, 국가에 대한 개념 확립, 개인주의,
자유 등 이 작품 자체가 '근대'를 표상하고 있다. 우리가 그에게서
문화원의 이름을 빌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원장 뿐만 아니라 시인이기도 한데, 당신의 시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밀란 쿤데라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든 소설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다 세르반테스의 손자들이라고. 그런데 나는 세르반테스의
후예는 되기 힘든 모양이다. 시에 대해서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소설은 못 쓰겠으니 말이다. 스페인에서 시는 훌륭한 산문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형식적 전통을 지켜 나가면서 경험을 담은 시를 쓰고
싶다."

후아리스띠 원장은 문예진흥원장, 한국외국어대 총장 등을 면담하고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한국서어서문학회 등과 간담회를 가진 뒤 19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