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잔디는 선수보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잔디는 생물이어서 생장 지역에 따라 종류와 특징이 천차만별이고 이로 인해 국가별, 경기장별로 그라운드 환경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월드컵 개최국이 가지는 홈어드밴티지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기장 그라운드. 그리고 그 위에 깔린 잔디.

일명 터프(turf)로 알려진 잔디의 특성을 통해 한국의 16강 진출 해법을 찾아보자.

◆잔디의 종류- 한지형 vs 난지형

그라운드에 깔리는 잔디는 생육온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우선 섭씨 15~24도의 기온에서 가장 잘 자라며 1년중 녹색을 유지하는 기간이 10개월 정도되는 한지형 잔디와, 27~35도에서 최적의 생장을 하며 녹색기간이 6개월 정도 되는 난지형 잔디로 나눌 수 있다. 평균기온이 낮고 겨울에 경기를 펼치는 유럽의 경우 대부분 한지형 잔디가 깔려 있고, 남미의 경우 대체적으로 난지형 잔디가 심어져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두 종류 모두 자랄 수 있는 기후대이므로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지형이 선호된 이유

한국은 관리가 수월한 난지형 잔디를 선호해 왔는데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전을 제외한 9개 경기장에 한지형이 깔리게 됐다. 일본 역시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경기장에 한지형 잔디가 심어졌다.

한지형 잔디가 집중적으로 깔리게 된 이유는 ▲녹색기간이 길고 ▲조직이 부드러워 부상 위험이 적으며 ▲깎은 후 그라운드 문양 상태가 좋다는 것. 하지만 유럽세의 입김이 센 국제축구연맹(FIFA)이 ▲유럽선수들이 한지형에 익숙하고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품질이 우수한 한지형을 권유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선 유럽세가 남미세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홈어드밴티지를 살려라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잔디기술고문이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잔디전문위원인 김경남 박사(41)는 "상대팀의 경기 스타일에 따라 잔디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잔디에 뿌리는 물의 양으로 그라운드의 강약을 조절해 공의 바운드 강도와 체력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는 등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패스가 한국보다 훨씬 정교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선 잔디의 길이를 길게 해 패스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미국전에선 잔디에 물을 충분히 뿌려 그라운드를 약간 푹신하게 만들어 체력이 약한 미국 선수들을 더욱 빨리 지치게 만든다는 얘기다. 또 폴란드전에선 한국의 빠른 스피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잔디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런 노력들이 경기력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그라운드 환경이 한국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것임엔 틀림없다. < 스포츠조선 남정석 기자 bluesky@ >